
자연에 대한 존중/폴 W 테일러/김영/리수/ 2만3000원
2019년 유엔 보고서는 지구 생물 중 50만~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야생 포유류 82%가량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지구 생명의 위기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유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음은 자명하다.
인간은 과연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어떤 이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체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이들은 환경 파괴로 인한 대가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므로 미래 세대의 안녕과 생존을 위해 자연 존중이 필요하다고 한다.
철학자로서 생명 중심 윤리학 대가인 저자 폴 테일러는 ‘자연에 대한 존중‘에서 우리가 자연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좁은 범위의 능력을 가진 생명이라 할지라도 모든 생명체에게는 본래적 가치가 있고, 그 자체로 목적론적 삶의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존중에 예외인 생명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간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인간만을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 같은 영역을 동물 영역으로 확장한 철학자로 손꼽히는 이는 피터 싱어와 톰 레건이다. 그러나 피터 싱어는 무척추동물이나 나무는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신경 쓰거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복지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으며, 톰 레건은 삶의 주체라는 기준을 ‘1년 혹은 그 이상 된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포유동물들’에게만 적용했다. 이들은 인간에게 한정돼 있던 도덕적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는 기여하였지만 그 확장은 소위 고등동물까지로 한정하는 한계를 보였다.
반면에 저자는 그 범주를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동물을 넘어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까지 확장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저자는 자연 존중의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자연 생태계의 야생 동식물이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래적 가치란 누군가의 가치 평가와 관계없이 또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적 가치와 무관하게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본래적 가치를 지니는 존재는 자기만의 선을 가지며, 동물과 식물 또한 고유의 선을 지닌 도덕적 주체로서 도덕적 관심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책은 인간 우월주의와 인간 중심 환경 윤리의 틀을 넘어 보다 포괄적이며 본질적인 지점으로 독자를 이끈다. 생명의 범주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생명에 대한 태도는 어떠해야 하며,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이익이 대립될 때에는 어떠한 원칙에 따라 해결되어야 합리적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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