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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즙이 팡팡’ 나주배… 진상품 옛 명성 되찾는다

입력 : 2020-05-14 03:00:00 수정 : 2020-05-13 20: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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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특구조성 공격적 마케팅 / 한때 생장촉진제 써 품질 저하 / 2022년까지 원예산업 현대화 / 2019년 3000t 대만·호주 등 수출 / 배즙 외 쌀 케이크·빵·와인 개발 / 가공제품 다양화… 새 활로 찾아

매년 배꽃이 필 무렵이면 전남 나주에서는 한 해 배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배신제’ 봉행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지난달 강인규 나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배신제가 열렸다. 나주에서만 개최되는 유일한 배신제 제례는 전통 향교 제향방식을 따른다. 제를 주도하는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 있지만 시민들이 참례(參禮)로 참여하는 게 다르다. 이맘때가 되면 나주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 해 배 농사의 풍성한 결실을 기원하는 것이다.

나주는 배의 고장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배를 생산하는 최대 주산지다. 지난해 기준 나주 지역 배농가는 2192가구이며, 지난해 생산 물량만 4만7952t으로 전국 배 생산량 점유율의 20%를 차지한다.

 

‘나주는 모르지만 나주 배는 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주배는 나주의 역사와 문화, 경제를 상징하는 이제 보통명사가 됐다.

나주배는 임금에게 바쳤던 진상품,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과일, 건강에 좋은 명품 과일이다. 하지만 나주배의 명성은 예전과 같지 않다. 나주배 명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특정 시기에 출하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중생종인 신고 품종 재배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매년 10∼11월 두 달 동안에 모든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공급이 넘치는 수급 불안정이 나주배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위기의 나주배… 배 산업 특구로 명성 회복

나주배의 유래는 145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 나주목의 토공물(土貢物) 목록에 나주배가 포함돼 있다. 호남읍지(1871년 발간)에서는 나주배를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근대적 배 재배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 일본인들이 나주 금천면에서 만삼길 품종 100그루를 식재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신고, 금촌추 등 품종이 들어왔으며, 나주 송월동에 살던 이동규씨가 1913년 상업 목적의 첫 과수원을 만들었다.

나주배는 기관지와 웰빙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배로 만든 음료가 숙취 해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배주스 5만개가 호주로 최초 수출됐다. 올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지역과 자매결연 지자체에 배즙 1000여박스를 지원했다.

하지만 나주배는 예전에 비해 명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배농가의 관행적인 생장 촉진제 사용이 문제가 됐다. 생장촉진제 처리 배는 경도가 낮아 유통과정 중 쉽게 물러지고 식감, 당도, 저장성 저하 등 품질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또 수입과일에 비해 비싼 가격과 먹기에 불편하다는 점이 나주배의 소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나주시는 ‘나주 배산업 특구’에서 나주배의 활로를 찾고 있다. 나주 금천면 일대(2946만7804㎡)가 2010년 정부의 나주 배산업 특구로 지정됐다. 이는 나주가 국내외 배 재배의 최적지와 최대 생산지역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다.

나주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원예산업 종합계획을 통해 노후화된 산지유통시설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1년까지 금천농협을 포함해 5개소 현대화사업에 169억원을 투입한다. 노후화가 심한 배원협 금천 선과장의 부덕동 선과장 이설이 진행되고 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지향적 신품종 개발과 재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소비 기호를 맞춰 신고배 위주의 배 재배를 국내 육성 품종으로 전환해 수요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시장 공략… 고부가 가치 산업에 올인

최근 이상저온이 지속되자 냉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농민들이 배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나주시 제공

나주배는 지난해 3000t 규모의 나주배가 수출길에 올랐다. 나주시는 올해 수출 목표치를 3500t으로 올렸다.

나주배는 대만에서 시작해 미국,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 판로를 넓혀가면서 세계적인 명품 과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나주배가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29년 조선박람회에 출품돼 동상을 수상하면서다. 나주를 대표하는 농산물로 유명해졌다.

이처럼 나주시는 해외 수출에서 나주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나주배원협은 올해 최초로 캐나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캐나다에 94t 수출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나주시는 수출 물량 확대를 위한 기반시설 육성과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전체 72% 수출 점유율을 차지하는 미국을 비롯한 대만, 기존 수출국가에서 동남아 신규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나주배 수출전문단지 육성과 계약출하사업을 추진하고 브랜드 수출전용봉지, 저온 저장비, 수출차액 등을 지원한다.

체계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수출 전문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전남도, 수출 유관기관 등과 함께 대규모 해외 판촉행사를 매년 3~4회 할 계획이다.

나주시는 배를 활용한 가공제품 개발 등 고부가가치 창출에도 나섰다. 배즙에 치중된 가공제품의 다양화, 차별화를 목표로 이화쌀케이크, 배구움빵 등 새로운 가공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나주시 천연색소산업화지원센터를 통해 2018년 출시된 비트를 품은 나주배칩에 이어 다양한 요리에 맛을 내는 배 농축액, 배 석세포를 활용한 미용비누 등을 개발하고 있다.

나주배 와인 출시를 위한 보해양조와의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한국콜마와 함께 나주배를 활용한 미용·건강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최근 맥도날드는 봄철 아이스 음료 메뉴로 나주배로 만든 ‘배칠러’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업체는 배칠러 출시로 연간 약 164t에 달하는 나주배가 소비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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