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이태원 클럽을 찾았던 경기 안양시 확진자와 양평군 확진자가 지난 4일 오전 0시30분부터 5일 오전 8시30분까지 강남구 소재 ‘블랙수면방’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방문한 블랙수면방은 강남구 소재 동성애자 사우나(찜질방)로 알려진 곳이다. 지난 2012년 강남구 논현동에서 운영하다가 경찰의 현장 단속에 적발돼 장소를 옮겨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확진자의 해당 업장에 대한 방문 정보는 안전 안내문자(재난문자)를 통해 공개됐다. 강남구 관계자는 “블랙수면방의 경우 타지역 확진자이긴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검사가 필요한 만큼 재난문자도 함께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며 “블랙수면방을 다녀간 타지역 방문자의 동선도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곳에서 밀접접촉을 통한 집단감염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블랙수면방 특성상 주로 현금을 내기 때문에 방문자 파악이 어려워 방역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이곳에 누가 다녀갔는지 알 수 없고, 이들 중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동선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자가 대거 나온 이태원 클럽도 성 소수자가 출입하는 클럽이라 역학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긴급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들에서 작성된 명단의 정보가 상당 부분 부정확했다”며 “명부 1946명 중 637명만 통화됐고, 나머지 1309명은 불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화 불통자 1309명에 대해 검찰과 함께 반드시 검사를 받게 할 것”이라며 “그 전에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경찰과 협조를 비롯해 카드사용 내역, 휴대전화 사용내역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성소수자 출입업소라는 특성상 방문자의 자발적인 협조에 기대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깜깜이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영향으로 10일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34명 증가했다. 34명 중 26명은 국내 지역감염, 나머지 8명은 해외 유입 사례다.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대에 재진입한 것은 4월12일 32명 이후 28일 만으로, 용인 66번 확진자(29세 남성)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집단감염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퍼지는 양상이다. 확진자 지역별 분포는 서울 12명, 대구 2명, 인천 3명, 경기 6명, 충북 2명, 제주 1명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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