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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오지 말라”는 노모, 자식들은 그 마음 알기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5-07 19:10:34 수정 : 2020-05-07 20: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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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 방역 구멍 우려 서글픈 ‘어버이날’ / 67% “코로나로 가족모임 영향” / 확진 많은 지역 노부모 만류에 / 방문포기 자녀 “나중에 꼭 갈게요” / “요양 시설 등 감염 위험 높아” / 방역당국도 면회 자제 당부 / 투명칸막이·화상면담 등 검토

경기 수원에 사는 서모(48·여)씨는 올해 어버이날에는 어머니를 찾아뵙지 않기로 했다. 서씨는 매년 어버이날을 전후해 대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경북 경주에 사시는 70대 홀어머니를 찾아뵙곤 했지만 올해는 어머니께서 ‘절대 오지 말라’며 극구 말려서다. 경북 지역에서 유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던 탓이다. 결국 서씨는 용돈을 넉넉히 챙겨드리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기로 했다. 서씨는 “어머니께서 극구 말리셔서 찾아뵙지 않기로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며 “코로나 사태가 좀 더 잠잠해지면 따로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버이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보훈요양원에서 면회객이 비접촉 면회 창구를 통해 어머니를 면회하고 있다. 뉴스1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 요양원에서 가족이 유리창 넘어로 면회하고 있다. 뉴시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코로나19는 여전히 가족 모임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서씨처럼 부모가 지방이나 요양원에 있는 경우 자녀들이 걱정된 부모가 먼저 ‘오지 말라’며 말리고 자녀들 역시 안전을 걱정해 방문 자제를 고민하는 것이다.

지역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어버이날에 어떻게 하시나요?’, ‘어버이날에 시가에 가실 건가요?’, ‘코로나19 때문에 어버이날 부모님 댁에 가야 할지 고민이네요’ 등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경기도에 사는 한 주부는 “친정과 시가가 모두 대구”라며 “이번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는 것을 기다리시는 것 같은 눈치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일반인 10명 중 7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족모임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직장인 259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에 따른 가정의 달 가족모임 변화’에 관한 설문에서 67.3%는 “가족 모임 계획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어버이날을 비롯한 모임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고 당분간은 안 만나고 덜 모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도 어버이날 요양시설 면회 등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감염위험이 높은 요양원 등의 면회는 자제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켜 달라”며 “가족 간의 마음속 거리는 좁히면서도 생활 속 거리두기는 실천하는 어버이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손까락 봉사단원들이 어르신들께 전달할 카네이션을 만들고 있다.

정부는 어버이날에도 요양원과 요양병원 면회 금지 지침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가 진행되면서 고위험 시설에 대한 방역조치, 특히 면회와 관련된 부분을 어떻게 완화할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대한 면담 또는 비대면 면회 관련해 투명 칸막이, 화상면담 등을 총괄적으로 검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회에 따른 코로나19 전파 확산 우려가 여전히 높고 당장 방역 대책을 적용하기에는 시간 여유가 없어 어버이날 전에 강화된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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