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혼합간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가 제일 많이 섭취하는 간장은 혼합간장이다. 이는 다량의 산분해간장과 소량의 양조간장을 섞은 것이다. 산분해간장은 미생물로 단백질을 분해한 양조간장과 달리, 염산으로 콩 단백질을 분해해서 만든다. 이 과정에서 3-MCPD라는 발암가능물질이 나오는데 이 물질의 기준을 식약처가 강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0.3㎎/㎏ 허용 잔류량을 2022년 0.02㎎/㎏으로 줄여 최종적으로 현행 기준 대비 15배 강화하는 것이다.
이 기준은 마치 허가되지 않은 농약을 통제관리하기 위해 불검출에 가까운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유사한 관리기준이다. 발암가능물질의 농약 수준의 관리는 그동안 시민단체와 생협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이다.

혼합간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산분해간장은 2018년 18만7575t을 생산·판매하여, 전체 간장 생산·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소비자는 산분해간장이 누가 먹고 어디에서 사용되는지 잘 모른다. 혼합간장은 산분해간장의 혼합비율표시가 전면에 표기되어 있지 않아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알 권리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2019년 3월 한 소비자단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답변을 보면 이를 뒷받침한다. 소비자의 89.2%가 산분해간장의 혼합비율 기준점을 설정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산분해간장에 3-MCPD 같은 잔류 발암의심물질이 소량 잔류하더라도 평생 쌓이는 것이라 53.9%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현재 식품공전에는 혼합간장에 사용하는 산분해간장 비율 규정이 없다. 양조간장 1%에 산분해간장 99%을 섞어도 간장으로 불리는 실정이다. 실제 판매되는 혼합간장 중에서도 산분해간장 비율이 90%가 넘는 것들도 많다.
또 식품공전에는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산으로 가수분해하여 그 여액을 가공한 것’이라고 산분해간장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콩이 아닌 어떤 단백질로도 염산으로 분해하면 간장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발효는 미생물이 하는 것이고 간장은 발효로 만드는 전통식품이다. 발효가 아닌 염산분해로 만든 것은 간장이 아니라 ‘간장맛소스’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혼합간장, 즉 산분해간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었다. 일본이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발효가 아닌 염산분해로 빨리 간장을 만들어 전장에 공급하려던 것이 그 시초이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산분해간장의 명칭 변경은 필요하다.
소비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다음의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첫째, 혼합간장에서 산분해간장 비율은 50% 이하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몇 퍼센트의 양조간장이 들어가야 ‘혼합간장’이란 명칭을 쓸 수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90퍼센트 이상 양조간장이 들어가 있는 것을 간장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둘째, 혼합간장 제품에 보면 뒷라벨에 조그만 글씨로 혼합간장이라고 식품의 유형이 표시되어 있고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의 비율이 적혀 있다. 시민단체의 조사결과에 나왔듯이 식품의 유형과 산분해간장 혼합비율은 앞라벨에 적혀 있어야 한다. 소비자 선택을 도우라고 있는 것이 라벨표시제도이다.
고은정 올해의 장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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