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파문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의 성폭력 범죄 신고센터 등 당내 자정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성 관련 추문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됐다가 데이트폭력 논란으로 사퇴한 원종건씨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민주당은 2018년 3월 안희전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파문 직후 당내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TF)를 특별위원회로 격상시키며 민주당과 관계 있는 모든 성희롱·성폭력 내용을 신고할 수 있는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설치했다. 당시 민주당은 “당내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교육이나 피해자 지원 등을 해나갈 것”이라며 성인지 교육과 더불어 지속적인 피해자 지원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담센터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전과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2월부터 공천이 마무리된 지난 3월까지 두 차례 한시적으로만 운영됐다. 당내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주요 선거를 앞뒀을 때만 출마자들이 젠더 이슈에 휘말리는 걸 막기 위해 임시조직을 꾸린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8일 “상담센터는 총선을 대비해 3월까지만 설치돼 현재 운영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이 성추행을 저지른 지난 7일 상담센터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당 차원에서 사건을 미리 인지할 창구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 윤리규범 제16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당 소속 공직자, 당직자, 당원 등이 윤리규범을 위반한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당 윤리심판원에 신고할 수 있지만, 당 홈페이지에서 신고가 가능한 상담센터와 달리 일반인 피해자가 이를 알고 당에 피해사실을 알리긴 어렵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오 전 시장의 사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신고나 고발 등이 있었으면 바로 조사에 착수했을 텐데, 그런 것이 없어서 담당자들이 좀 더 지켜봐 왔던 것 같다”며 부실한 대응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당에 설치된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을 맡는 남인순 의원은 “상담센터를 당내 상시기구로 설치하는 방향을 성인지 교육 체계화 등 근본적 개선방안과 더불어 당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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