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역사를 가진 지역이라면 어디를 꼽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를 품은 제주도라고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탐라국이라는 독립국이기도 했으며 속국이 되기도 하지만,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나라의 형태는 가지고 있었다. 자치권이 있었으며 왕은 별의 주인이라는 성주(星主)로 불렸고, 왕자(王子)라는 직책도 사용했다. 이후 조선에 완전히 편입되어 전라도 제주목이 된다. 그리고 1946년, 제주도는 전라남도에서 분리가 된다. 이 같은 역사로 한국계 혈통이긴 하지만 탐라인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그만큼 음식문화와 술문화도 달랐다. 대표적인 것이 오메기떡(사진)과 오메기술이다.
오메기떡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좁쌀(차조)만으로 만든 떡이다. 좁쌀로 떡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화산 지역인 제주도는 돌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는 현무암지대라 물을 저장하기가 어려워 수전(水田)을 운영하기에는 토질이 알맞지 않았다. 그리하여 비교적 물을 적게 필요로 하는 좁쌀, 보리 등이 주요 작물이었다. 오메기라는 어원은 제주도의 차조, 좁쌀을 뜻한다고도 하지만 물 부족인 제주도 환경에서 왔다는 유래가 더 유력하다. 물을 끓이는 동안 일부가 증발되는 것조차 아까웠던 제주도는 떡도 빨리 익으라고 가운데를 오목하게 눌러 빚었다. 육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목한 떡이라는 의미다. 전통적인 오메기떡은 진한 초록색으로, 다소 퍽퍽하고 잘 끊어지며 주식으로 많이 먹었다.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팥고명 없이 설탕을 찍어 먹곤 했다.
오메기떡으로 만든 술이 오메기술이다. 오메기떡을 삶고 남은 물에 누룩을 넣어 만들었다. 시원한 곳에 넣고 발효하면 10~15일 후 완성됐다. 현재 제주도 무형문화재 김을정씨에 이어 그의 딸 강경순씨가 오랜 전통의 방식으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오메기떡과 오메기술은 오래전 원형하고는 조금 다르다. 오메기떡은 2000년대 들어와서 관광객이 급증한 제주도의 사정에 맞춰 보다 접근성 좋은 상품으로 바뀌면서 찹쌀이 들어갔고, 팥고명이 붙여지면서 달콤해진다. 오메기술 역시 오메기떡과 마찬가지로 모던한 디자인과 레시피로 새롭게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다. 좁쌀 외에 쌀이나 보리를 넣기도 했고, 탁주 중심으로 마시던 술에서 이제는 맑은 청주 형태도 가지게 되었다. 알코올 도수는 12~15도가 가장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도의 좁쌀로 빚은 술과 음식이라는 점. 원형을 간직한 채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반도라는 작은 지역에서 이렇게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온 제주도는 획일성이 만무하는 이 시대에 다양성을 지켜줘서 참 고마운 곳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무리되면 제주도를 방문하고 싶다. 오메기술과 같이 즐겼던 문어 숙회와 흑돼지 소금구이가 그립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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