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 사전투표율이 26.69%로 역대 선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사전투표가 반영되지 않은 본투표 당일의 방송사 출구조사가 얼마나 적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역대 출구조사가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승패는 거의 ‘족집게’ 수준의 적중률을 보인 반면, 총선에서는 헛다리를 짚기도 했다.
14일 방송협회에 따르면, 협회와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구성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는 선거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2300여개 투표소에서 투표자 약 51만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한다. 1만2000명에 달하는 조사원들이 투표소 50 밖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 5명마다 1명씩을 추려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조사하는 방식이다.
그간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에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15분 미뤄 오후 6시15분에 방송 3사에서 동시에 공표된다. 오후 6시 이후에 투표를 하게 되는 자가격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구조사 발표를 미뤄달라는 중앙선관위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출구조사 적중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지난 20대 총선 때 12.19%였던 사전투표율이 이번엔 2배 넘게 늘어 26.69%를 기록했다.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일에는 출구조사가 금지돼 있어서 사전투표에 참가한 유권자 1174만여명의 표심은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방송사 측은 수십년간 축적된 출구조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보정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제외하더라도 출구조사의 정확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과거 선거구의 투표 경향성이나 인물에 대한 평가 등 여러 요소를 포함해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방식으로 오차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는 총선의 경우에는 예측이 빗나가는 결과가 나오면서 출구조사를 의뢰한 방송사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에는 방송 3사 모두 제1당의 당선 의석수를 맞히지 못했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의석수를 KBS와 MBC, SBS가 각각 155∼178석, 154∼178석, 162∼181석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15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9대 총선 때도 MBC가 제시한 범위에만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석이 들어맞았고,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석수는 방송 3사의 예측이 모두 빗나갔다. 그나마 20대 총선에서는 의석수 확보 예상범위의 최소치와 최대치 폭을 20여석으로 크게 늘려 잡으면서 제1, 2당 의석수를 맞히는 데 겨우 성공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1당 경쟁에서는 한 석 차이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전체 판세 전망으로 ‘여당 판정승’을 제시했던 방송 3사 모두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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