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평년보다 기온이 2도 이상 높았다. 사과나무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고, 병해충 생존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꽃이 빨리 피면 서리와 병해충 피해도 증가한다. 겨울 고온은 사과나무 생육과 과실 품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식품산업은 어떻게 반응할까. 또 다음해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조기 개화된 사과로 3년 후 생산량, 품질, 가격과 바나나 수입량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을까. 유효성이 검증된 데이터가 있고, 데이터 간 연관 관계를 추론할 서비스 플랫폼이 존재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농업 빅데이터 플랫폼은 농업 관련 데이터의 집합체이자 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정보를 수집, 저장, 처리, 관리하는 데 더해 분석하고 활용해야 하는 필수 인프라다. 이는 농업 생산성 향상과 다양한 스타트업의 농산업 진입, 연관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며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만든다. 이에 농업 분야의 통합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관련 몇 가지를 제언한다.
먼저 양질의 데이터를 지속해서 수집·축적하고, 유통(공유)과 활용, 재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농업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비표준 데이터는 표준 규격으로 변환해 저장 관리해야 한다. 둘째, 보다 높은 가치를 갖도록 데이터의 유효성 검증과 함께 데이터 생산 환경에 관한 정보를 연계해 ‘데이터의 시·공간적 좌표’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업인을 포함한 수요자들이 의미 있는 데이터를 재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유통과 활용을 위한 인프라와 안전망 구축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는 어떻게 정리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쓰레기가 될 수도, 보물이 될 수도 있다.
다음은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로부터 의미와 가치를 찾는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데이터 플랫폼에 좋은 채굴 도구를 탑재해야 한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시스템은 이전보다 훨씬 가치 있는 정보를 보다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둘째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 환경을 구축해야 하고, 셋째로 정보자원과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신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 플랫폼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할 모두가 공급자인 동시 개발자·이용자가 될 수 있다. 아이디어와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 오픈소스 툴과 기술적 지원 등을 활용해 새로운 데이터 경제의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빅데이터라는 원석에서 정보를 찾아내 이를 재가공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끝으로 빅데이터 플랫폼은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농업인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받고, 소비자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농산업 창업자들이 데이터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빅데이터로부터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농산업의 혁신성장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다.
국민은 데이터 자체보다는 데이터를 분석·활용한 서비스를 원한다. 따라서 플랫폼에는 다양한 사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어떻게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운용의 성패가 결정된다.
이용범 농촌진흥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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