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8일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의 출범을 확정하고 온라인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롯데쇼핑이 최근 해외에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철수하는 정반대의 행보를 펼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해왔던 이커머스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으로 지난달 23일 전해졌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청산하고, 인도네시아의 합작법인 지분도 정리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은 2016년 2월 설립한 베트남 이커머스 법인 롯데 전자상거래 베트남 유한회사를 청산했으며, 현지에서 영위하던 ‘롯데닷브이엔’(Lotte.vn)은 지난 1월로 운영을 마쳤다.
아울러 이커머스 시스템 사업을 구축하고, 온라인 사업에 진출했던 인도네시아에선 2017년 설립한 합작법인 ‘인도 롯데 막무르’의 보유 지분을 살림(Salim)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현지 재계 2위인 살림그룹은 이 법인에 롯데쇼핑과 함께 50%씩 출자했었다.
이 합작법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싱가포르에서 살림그룹의 살림 안토니 회장을 직접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등 그룹 전체에서 큰 관심을 기울였는데, 그동안 온라인 쇼핑몰 ‘아이롯데’를 통해 한국 화장품과 의류 등을 판매했다.
연이은 해외사업 철회 배경과 관련해 롯데쇼핑 측은 “현지시장 내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리적 특성 탓에 배송 서비스 시행에 차질을 빚고 있어 더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진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의 현지 법인은 출범 이래 줄곧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 인도 롯데 막무르는 2017년 120억원에서 2018년 186억원의 영업손실을 연이어 기록해 1년 사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최근 동남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공세도 롯데의 이번 사업 철수 결정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바바는 2016년 동남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라자다를 인수했다. 전 세계 13만명 이상의 셀러(판매자)와 30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 라자다는 현지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업체다.
롯데쇼핑은 해외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접는 대신 오프라인 역량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투트랙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서 수년간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기존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유통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롯데쇼핑은 대형 마트와 백화점, 슈퍼, 롭스(드럭스토어) 등 유통 채널 중 실적이 부진한 200개, 전체의 약 20%를 연내 정리할 계획이다. 대신 롯데온을 통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한때 롯데온의 론칭이 연기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으나, 롯데쇼핑 측은 기존 28일 출범에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이 진두지휘해 온 디지털 전환의 역점 사업인 만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마케팅 차질 우려에도 출범을 미룰 수 없다는 방침이 정해진 듯 보인다.
롯데온은 그동안 7개 계열사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롯데하이마트, 롯데슈퍼, 롭스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쇼핑몰을 아우르는 통합 앱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자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롯데쇼핑이 최근 해외 이커머스 사업 철수에 이어 국내 롯데마트 계약직 실버 사원 36명의 퇴사 조치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코로나19 여파에도 론칭을 강행하는 롯데온은 기존 선두주자 대비 차별화된 강점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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