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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 돌아다니다가 코로나19 퍼뜨리면 간접살인” vs “인권 반하는 과도한 조치”

입력 : 2020-04-07 14:13:48 수정 : 2020-04-07 14: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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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19 자가격리 이탈자 ‘손목밴드’ 도입 검토…찬반 논란 활활 / 당국 “방역적 관점에서 자가격리자 관리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여러 방안 검토중”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입국자들이 떨어져 앉아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격리지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의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손목 밴드(전자팔찌)’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윤 반장은 "대다수 국민들께서 자가격리를 잘 지켜주고 계시지만 일부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그중 하나로 손목 밴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반장은 수시로 휴대전화 통화로 확인하거나, 불시에 자가격리자의 가정을 방문해 확인하는 방안 등과 함께 손목밴드 등 전자정보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전국에 자가격리 중인 사람은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4만6천566명이다. 이 중 3만6천424명은 해외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무단이탈 등으로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감염병예방법 혹은 검역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 중인 사람은 75명(6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6명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중대본은 전했다.

 

자가격리자가 격리 지역을 벗어날 경우 경고를 통해 이탈을 막는 기능은 이미 '자가격리 앱'에 들어 있다.

 

그러나 최근 휴대전화를 격리장소에 두고 외출하거나,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외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해외에서는 홍콩, 대만 등이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손목밴드(전자팔찌)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홍콩은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위치 확인용 스마트 팔찌를 착용하도록 했다. 대만은 격리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무단이탈을 막겠다는 본래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반강제적으로 손목밴드를 채우면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자가격리자용 손목밴드 개발에 걸리는 기간과 비용 등의 문제도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개방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던 정부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윤 반장은 "전자팔찌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히 강한 표현"이라며 "방역적 관점에서 자가격리자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가 방안이) 기존의 방역지침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논의를 통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가 '전자팔찌'를 검토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도입을 요구했다.

 

반면 인권전문가는 법적 근거가 없고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우려했다.

 

7일 뉴시스와 만난 시민들은 무단 이탈 자가격리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더불어 전자팔찌 도입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대학교 교직원인 김모(34)씨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전자팔찌 착용이 괜찮다고 본다"며 "지금 의료진도 그렇고 사람들도 밖을 못 다녀서 지쳐가는데 일부 자가격리자들이 사람들 많은 곳을 다닌 동선을 보면 화가 나고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전모(33)씨도 같은 의견을 냈다.

 

전씨는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재산과 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어지는 것"이라며 "자가격리자가 룰을 위반하면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건강과 사회 시스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양심과 자유에만 맡기기에는 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팔찌를 채워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조모(36)씨는 "코로나가 번지면서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놀지도 못하는데 자가격리자면서 개념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막으려면 저런 방법 밖에 없다"며 "정부가 자가격리자의 자유를 당분간은 박탈해야 코로나19도 없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생 황모(24)씨는 "자가격리자가 돌아다니다가 코로나를 퍼뜨리면 간접살인 아니냐"며 "팔찌를 채워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했다.

 

무역회사를 다니는 백모(29)씨는 "정부에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수도 없이 말했을텐데 왜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며 "팔찌를 했는데도 무단이탈을 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게 해야한다"고 했다.

 

정부의 전자팔찌 도입 논의에 우려를 표하는 반응도 나왔다.

 

황필규 인권변호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감염병을 예방하는게 맞고 예전보다 통제가 가해져야 한다는 것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최소한의 원칙, 적법 절차, 성찰없이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인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감금과 같은 효과를 불러오는 사안을 도입할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법적근거가 없고 인권에 반하는 방법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격리자의 동의를 구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어떤 사회적 불이익이건 심리적 압박이나 절차의 지연이든 다양한 간접적 불이익을 최대한 가하면서 이뤄지는 형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그간 자발적으로 증상을 신고하고 자가격리를 하던 사람들도 애초에 증상을 신고하지 않는 등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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