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자가격리 중 이탈자들이 속출하자 정부가 ‘손목밴드(전자팔찌)’ 착용과 ‘자가격리안전보호앱(자가격리앱)’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태호(사진)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자가격리는 자발적이면서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정부 차원에서 예방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하나의 방안으로 손목밴드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남 군산에서 베트남 국적 외국인 유학생 3명이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주지에 휴대전화기를 놓고 외출했다가 적발되는 등 자가격리자들의 일탈 행동이 연일 보도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비공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자가격리 이탈을 막기 위한 위치 확인용 손목밴드 도입 여부를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인권침해 등에 대한 우려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가격리 위반 적발 160여건… 대상자 8∼9만명까지 늘 수 있어
지난 6일 오후 6시 기준 국내 자가격리자 수는 4만656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해외발 입국자는 3만8424명, 국내 발생 자가격리자 수는 8142명이다. 하루 입국자가 하루 5000명가량인데 이들 대부분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되면서 하루에 4000~5000명씩 느는 추세다.
무단이탈 등 자가격리지침을 어려 적발된 건수는 현재까지 160여건으로 하루 평균 6명 정도 적발됐다.
또한 정부는 자가격리 이탈 등과 관련한 감염병예방법, 거짓 진술 입국 등의 검역법 위반으로 총 67건, 75명이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6명은 경찰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자가격리앱이 설치된 휴대폰을 집에 두거나 위성 항법 장치(GPS)를 끄고 외출하는 사례 등이 나오면서 더 강력한 통제방안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수시 전화통화 확인과 불시 방문 등의 방법도 취하고 있지만 이탈 방지 사례를 모두 막기엔 다소 힘에 부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동안의 추이를 볼 때 앞으로 자가격리자 수는 8~9만명 정도까지 늘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손목밴드 착용 의무화 절실… 관계 법령, 인권문제 등 논의 필요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손목밴드 등 자가격리 대상자를 관리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있다”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장 실효성이 있고, 빨리 적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려 중인 전자팔찌는 블루투스로 휴대전화와 연결하는 손목밴드 개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이러한 장치를 착용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인권문제 등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홍콩은 해외 입국자 전원에게 2주간 손목밴드를 착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할 경우 벌금 80만원 이상, 최대 징역형에도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홍콩에서도 자가격리 대상자 5만명 중 70명이 손목밴드를 풀고 외출했다 발각되는 등 이탈 사례가 이어져 논란이 일었다.
대만 역시 자가격리자 손목밴드 착용 의무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입국자는 ‘의무’ 국내 발생 격리자는 ‘선택’… 자가격리 앱 설치도 의무화?
정부는 자가격리자에 대한 앱 설치 의무화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해외 입국자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가격리 앱을 설치해야 입국이 허용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확진자 접촉 등으로 발생한 격리자들은 앱 설치 동의 여부를 확인해 본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에 해외 입국자의 앱 설치율은 100%지만, 국내 발생 격리자의 경우는 60%를 조금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환자는 전날 대비 47명 늘어난 1만331명으로 집계됐다. 이틀 연속 신규 확진자 수가 47명으로, 50명을 밑돌았다. 이 중 17명이 해외 입국자인 것으로 밝혀져, 자가격리 엄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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