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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사랑&결혼 풍속도… 호텔서 허니문

입력 : 2020-04-09 03:25:00 수정 : 2020-04-08 20: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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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우려 결혼식 연기·스몰웨딩 대세 / 각국 봉쇄로 신혼여행지 제주 재부상 / 호텔들, 다양한 허니문 패키지 출시 / 룸에서 식사·로맨틱한 자쿠지 즐겨 / 기분 전환 위해 호텔 ‘룸콕족’도 생겨 / 간단한 음식·물품 전달 ‘AI 로봇’ 등장 / 호텔 음식 배달·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고 봄꽃이 만개하는 4월과 5월은 커플들이 많은 하객의 축복 속에 결혼으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때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결혼식 자체를 미루는 커플이 속출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예정대로 치르더라도 하객을 초대하기 어려워 예식장과 계약한 식사 보증인원을 채우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성대한 예식을 포기하고 가까운 일가친척만 모시는 ‘스몰 웨딩’이 대세다. 해외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신혼여행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이에 1980년대까지 대표적인 신혼여행지이던 제주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해외 신혼여행 비용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럭셔리한 신혼여행을 즐길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

#다시 뜨는 제주 신혼여행

결혼식이 집중되는 4월과 5월에 백년가약을 약속한 커플들이 신혼여행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나라가 180개국을 넘어섰고 해외 신혼여행지로 인기 높은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은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해외여행이 거의 봉쇄되자 결혼 준비 카페에는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글들이 쏟아진다. 한 예비신부는 “결혼식장 보증인원이 300명인데 코로나때문에 미뤄야 할지, 신혼여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행복할 시간도 부족할 때인데 걱정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오는 9월에 멕시코 신혼여행을 계획 중인 예비신부는 “코로나 때문에 그때 신혼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지난 4일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이모(31)씨는 로맨틱한 해외 신혼여행을 계획했다. 지중해의 바람과 태양을 온몸으로 느끼며 프랑스 남부 유명 관광지를 모두 도는 환상적인 코스로 정하고 지난해 8월부터 항공권, 호텔, 렌터카는 물론 여행 관련 앱을 통해 미슐랭 레스토랑 예약까지 마쳤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로제 와인으로 유명한 액상프로방스에서 시작해 마르세유, 칸을 거쳐 니스까지 둘러보며 달콤한 둘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생각에 결혼식 날짜만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들뜬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렸다. 급기야 프랑스를 비롯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전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쑥대밭이 되자 해외 신혼여행을 포기했다. 모든 예약은 수수료 없이 취소됐지만 오랫동안 세운 계획이 물거품 되자 망연자실했다. 고민 끝에 이씨는 대안으로 선택한 곳은 바로 제주. 하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증상이 있었는데도 제주 여행을 강행한 미국 유학생 모녀에게 제주도와 도민들이 1억32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제주여행 자체가 ‘민폐’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씨는 “해외 신혼여행이 무산돼 너무 아쉽다. 신혼여행을 안 갈 수는 없어 제주를 다녀왔다”며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외지인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 주로 호텔 시설만 이용하고 2박3일로 짧게 신혼여행을 마쳤다”고 말했다.

제주 해비치 로맨틱 허니문.

#자쿠지서 ‘허니 문’ 즐기고 뷔페·렌터카는 무료

이처럼 해외 신혼여행이 무산돼 국내로 신혼여행지를 바꾸는 커플이 늘면서 ‘허니문은 상·한·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상반기에는 한국으로 신혼여행 가자’는 뜻이다. 그중 대표적인 곳은 제주다. 롯데호텔제주에 따르면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지기 시작한 4월부터 신혼여행객의 허니문 패키지 상품 문의 건수가 부쩍 많아졌는데 2월 말보다 35%가량 증가했다.

예비부부들이 제주로 발길을 돌리자 전에는 볼 수 없던 다양한 허니문 패키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가 선보인 ‘로맨틱 허니문 패키지’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객실에서 체크인한다. 허니문의 추억을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빌려주고 스위트룸을 3박 이용하면 제네시스 G70 차량까지 무료 렌트해준다.

메종 글래드 제주에서는 룸에서 ‘안전한 신혼여행’을 보낼 수 있다. 6월 말까지 선보이는 ‘허니문 클래스 패키지’인데 주니어 스위트 또는 글래드 스위트 투숙객은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한식, 전복죽 정식 등 조식을 룸에서 즐길 수 있다. 맥주·생수·육포 등이 비치된 미니바도 무료이고 체크아웃은 넉넉하게 오후 3시다. 여기에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푸조를 렌터카 서비스로 제공한다. 롯데호텔제주는 ‘마이 웨딩 데이’ 허니문 패키지를 4월 말까지 판매하려 했지만 제주로 신혼여행을 돌리는 예비부부들이 크게 늘자 6월까지 연장했다. 2박 투숙객에게 야외 뷔페 레스토랑 레이크 플라자 디너가 제공되고 3박 투숙객에게는 디럭스 테라스 오션 룸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 객실은 형형색색의 풍선으로 꾸몄다.

1100고지 자락에 있는 롯데리조트제주 아트빌라스에서는 서귀포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는 로맨틱한 허니문을 만끽하게 된다. 프라이빗한 야외 자쿠지가 빌라마다 설치돼 있어서다. 신혼여행의 묘미인 오픈카 렌트가 72시간 제공되고 제주 현지 전문작가의 웨딩스냅 촬영도 이용할 수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자율주행 로봇 ‘코봇’.

#코로나가 바꾼 ‘언택트 라이프’ AI로봇까지 등장

‘룸콕, 언택트, 인 룸 다이닝’. 코로나19가 바꾼 라이프 스타일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화하면서 집밖을 벗어나지 않는 ‘집콕족’에 이어 호텔 ‘룸콕족’도 등장했다. 집안에만 있다 보니 ‘코로나 블루(우울증)’가 심해질 것 같고 여행을 하자니 감염이 걱정된다. 이에 기분전환도 하면서 감염 우려를 덜기 위해 여행 대신 호텔을 찾아 룸을 벗어나지 않고 편안한 호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생겨났다.

호텔 직원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이들을 위해 인공지증(AI) 로봇까지 등장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에서는 자율주행하는 ‘코봇’ 2대가 센서를 이용해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맥주와 스낵이 담긴 웰컴 어매니티 등을 객실로 전달한다. 코봇은 체크인 때 손님들의 짐도 들어주고 손님을 객실까지 안내한다. 또 객실에서 휴대전화로 모바일 편의점을 통해 셰프가 직접 요리한 치킨, 샌드위치 등 음식과 생필품을 주문하면 역시 코봇이 객실 문앞까지 이를 배달한다.

호텔 서울드래곤시티에서는 로비 라운지 & 바 ‘메가 바이트’에 전화 주문하면 치킨 한 마리와 맥주 2잔으로 구성된 메가 치맥 박스를 룸으로 갖다 준다.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 ‘연두빛 봄’ 패키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연둣빛 봄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숲속의 더글라스 하우스 룸에서 한강의 뷰를 감상하며 피자와 해산물 꼬치구이 등을 즐길 수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중식당 팔레드 신은 감염 우려 때문에 레스토랑을 찾지 못하는 이들 위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시작했다. 홍콩 최고의 모던 차이니스 레스토랑 ‘모트 32’의 노하우와 철학을 담은 광둥식 중국 요리를 차에서 받을 수 있다. 호텔 음식을 아예 직장과 집으로 배달도 해준다. 메이필드호텔은 ‘딜리버리 더 시그니처’를 내놓았는데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페스타 셰프가 직접 만든 ‘쉬림프 아보카도 샐러드’를 비롯한 피자, 파스타 등 델리스 세트와 봄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한식 봉래헌 도시락을 마곡 및 호텔 인근 지역에 배달한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타볼로 24도 호텔 반경 3.5㎞ 이내에 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인 식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6월 말까지 진행한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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