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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질병, 다른 상황… ‘빈부격차’와 만난 코로나19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31 15:00:00 수정 : 2020-03-31 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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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세입자들이 ‘집세 거부’ 운동 / 중남미, 부유층이 코로나19 감염률 더 높아

바이러스는 부자와 빈자를 구분하지 않고 찾아가지만 두 계층이 감염증에 대처하는 모습은 상이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곳곳으로 침투하며 우리가 애써 눈 감고 지나치던 빈부격차 문제가 전면에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또 다른 혼란, ‘렌트 스트라이크 2020’

 

미국에서는 직장이 폐쇄되거나 해고된 사람들이 집세 거부운동, 일명 ‘렌트 스트라이크 2020(Rent Strike 2020)’을 벌이며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창문에 하얀색 천을 내다 거는 형태로 자신이 집세 거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호응을 얻고 있다.

집세 거부운동을 펼치는 세입자가 집에 하얀 천을 걸어뒀다. 렌트 스트라이크 2020 트위터 캡처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 운동에 동참하는 이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매장 폐쇄조치로 일시적으로 수입원이 끊겼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다. 요식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경제활동이 위축되자 하루 벌어 하루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은 당장 돈을 구하지 못하자 집세 내기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운동이 확산하며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등 미국 몇몇 도시는 집주인이 집세를 내지 못한 임차인을 당분간 쫓아내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일부 세입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집세를 유예할 게 아니라 아예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일부 정치인까지 집세 유예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나섰다. 미국 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욕의 마이크 지아나리스 민주당 뉴욕주 상원의원은 소규모 사업장과 어려운 이들에게 90일간 집세와 주택담보대출금을 미뤄주는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집세 거부운동 참여자는 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렌트 스트라이크 2020’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주지사, 모든 주에 요구한다. 집세와 주택담보대출, 공과금을 두 달간 동결하라. 그렇지 않으면 집세 거부에 직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적한 모습의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 전경. 상파울루=EPA연합뉴스

◆부유한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코로나19 감염률, 그 이유는

 

중남미 국가들은 부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흔히들 부유하면 더 치료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의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중남미 코로나19 유입경로와 현지 검사 특성 때문이다.

 

중남미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유럽과 북미에서 환자가 크게 늘어나며 같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모두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지만, 초반에는 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중해에서 휴가를 보내고 온 사람, 미국에 스키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브라질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고급 리조트에서 열린 결혼식이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가 부유층 위주로 실시되고 검사료가 비싼 점도 부유한 지역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현재 멕시코 전체 확진자는 1000명 아래인데 이중에 주지사와 하원의원, 증권거래소장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포함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매일 일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감염에 더 취약하지만, 이들은 검사에 돈을 쓸 여유조차 없는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스페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멕시코 집 전경. 이 집은 멕시코 휴양도시 아카풀코 내 부유한 지역에 있다. 아카풀코=EPA연합뉴스

◆감염된 줄도 모르고 사망하는 빈곤층 환자들

 

부자가 감염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감염되면 돈을 들여 치료를 받는 동안, 하루 벌어 그날 끼니를 책임지는 빈곤층은 생업을 지키려 감염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 사이 일부 환자는 자신의 감염 여부조차 모르고 사망에 이른다.

 

지난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클레오니시 곤사우베스라는 63세 여성이 첫 코로나19 사망자로 기록됐다. 부유층이 거주하는 동네의 한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그는 일하다 몸에 이상을 느껴 2시간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갔고, 이튿날 병원에서 숨졌다. 곤사우베스는 사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곤사우베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 이는 집주인이었다. 휴가로 이탈리아에 다녀온 집주인은 이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렸으나 곤사우베스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계속 출근시켰다.

 

브라질 국민은 곤사우베스의 죽음 이후 분노했고, 정부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사도우미에게 유급 휴가를 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가사도우미 없이 생활하지 못하고, 가사도우미들도 일자리가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남미의 가정부 문화와 충돌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상호 의존적인 가사도우미 문화가 바이러스 전파 방지 노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 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아직 봉쇄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꺼내지 않는 이유로 들기도 했다. 중남미 극빈층의 경우 마스크는커녕 집에 손 씻을 물조차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중남미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빈곤층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빈곤층이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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