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도 적은데 세금은 칼같이 걷고 지원금은 구경도 못 해서 허탈하네요.”
“소득 상위 30%인 걸 감사히 여기세요.”
정부가 이르면 5월부터 전체 가구의 70%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7대 3’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대상을 선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1, 2인 가구의 경우 중위소득 자체가 낮다보니 ‘적은 월급에 세금만 내고 혜택은 전혀 없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나도 서민인데… 상위 30%?”
정부는 30일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가구 이상은 100만원을 일시 지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산·투자·소비 모두 얼어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당초 정부는 전체 가구의 50%만 지원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당·정·청 협의를 거치며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70%로 대상을 넓혔다.
하위 70%를 선별할 소득 기준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단순히 근로·사업·임대 소득 등으로만 할지 부동산·예금 등 주요 재산을 포함할 지도 미정이다. 정부는 추후 가구원수별 소득 경곗값을 정해 별도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중위소득 150% 초과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1%였기에 경곗값은 중위소득 150%에 수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긴급’ 지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파악하기 쉬운 기준 중위소득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은 1인 가구 175만7194원, 2인 가구 299만1980원, 3인 가구 387만577원, 4인 가구 474만9174원이다. 이에 따라 기준 중위소득의 150%는 1인 가구 기준 263만6000원, 2인 가구는 448만8000원, 3인 가구는 580만6000원, 4인 가구는 712만4000원이다.
구체적 예상 수치가 전해지자 70%에 들지 못할 전망인 이들을 중심으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평범한 직장인 1인 가구나 맞벌이 2인 가구는 기준 중위소득 150%를 넘을 확률이 크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하소연한다.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 격차가 막대한 현실에서, 소득 기준의 줄 세우기가 타당한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정부 지원을 합하면 지역에 따라 가구당 최대 320만원의 혜택을 받는 이들도 있다보니 긴급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7대 3’의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위소득, 소득 0인 가구까지 포함
불만의 목소리가 큰 데는 기준 중위소득 자체가 체감 임금과 다소 괴리가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는 중산층이나 고임금과 거리가 먼데도 ‘70% 지원’에서 배제돼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위소득은 전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할 때 소득 규모 순으로 50번째 사람의 소득이다. 통계청에서 표본 조사를 통해 발표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이와 달리 매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내놓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태완 포용복지연구단장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종합하고 가구 규모에 따른 소득 수준 차이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며 “여기에는 기초 노령연금만 받는 노인 1인 가구, 소득이 아예 없거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1인 가구도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과 다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은 297만원, 중위소득은 220만원이었다. 남성은 347만원, 여성은 225만원으로 나타났다.

지역 별 소득 격차도 변수다. 기준 중위소득의 150% 이상이어도 수도권과 도서 지역 거주자의 체감도는 다르다.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자산은 많고 수입이 적어도 지원 받는 맹점이 있다. 반면 부동산·금융재산을 합산하면, 코로나19로 경기 부양책을 한시 바삐 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긴급’ 지원이 힘든 점이 한계다. 김 단장은 “(소득과 재산을 합한) 소득인정액은 개인이 공시지가, 금융자산을 다 신고해야 해서 산출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금액을 낮추고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게 낫다’, ‘재산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소득뿐 아니라 재산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산과 소득을 다 합했을 때 가능한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에 있는 분들, 하위에서 70%에 해당하는 분들이 받는 것이 ‘받을 사람이 받고 안 받을 사람은 안 받는다’는 사회적 형평에 맞게끔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자를 가려가겠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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