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방정부로부터 400개의 인공호흡기를 지원받았습니다. 나는 3만개가 필요한데 400개로 뭘 할 수 있을까요. (연방정부) 당신이 죽을 사람 2만6000명을 골라보세요.”
민주당 소속 앤드류 쿠오모(63) 뉴욕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작심한 듯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공호흡기 생산을 기업 자율에만 맡기는 연방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도와줬더니 불평이나 하고 있다”는 투로 투덜댔지만,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즉각 반응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인공호흡기 2000개가 뉴욕으로 가고 있다. 내일 2000개를 더 보내겠다”고 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그의 브리핑은 뉴욕의 4개 지역방송사와 CNN, MSNBC, 폭스뉴스 등 전국 3개 케이블뉴스 채널이 동시 생중계했다. ‘본방 사수’ 시청자가 수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그의 브리핑 인기가 높아져서다. 이는 여야를 막론한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의 남편인 조지 콘웨이 변호사, 유엔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도 쿠오모 브리핑의 팬을 자처한다. 헤일리는 “매일 주지사의 브리핑을 보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도 이를 고려해 일정을 조율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타운홀 이벤트는 쿠오모 주지사의 브리핑이 끝난 직후 시작했다.
뉴욕주는 미국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가량이 몰려있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쿠오모 주지사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미언론들은 그 비결을 사실에 기반을 둔 냉철하고 솔직담백한 그의 브리핑에서 찾는다. 그는 뉴욕주 확진자가 19일 5298명, 21일 1만356명, 이날 2만5665명으로 사흘마다 2배씩 불어나고 있다면서 “당초 추산보다 정점이 더 높고 빠르게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신이 오판했을 가능성도 솔직히 인정한다. 그는 ‘자택 대피령’에 반대하다 지난 20일 마음을 돌린 뒤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거든 나를 비난하라”고 했다. ‘경제 회복과 미래 세대를 위해 노인들이 기꺼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를 겨냥해서는 “나의 모친과 당신의 모친은 소모품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의 생명에 가격을 매기지 않겠다”고 비판해 공감을 얻었다.
애초 그는 연방정부 비판을 삼갔다. 때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방의 지원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보로 풀이됐다. 실제 뉴욕주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진단검사소를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승인받았고, 군용 병원선도 지원받기로 했다. 그가 이날 이례적으로 날 선 발언을 한 것은 뉴욕주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는 3선 뉴욕주지사를 지낸 마리오 쿠오모의 아들이다. 정치 명문가 출신이지만 당내 진보파에게는 지나치게 실용적이라는 비판을, 지도부로부터는 자기중심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정계 중심에서 다소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위기 상황 대응을 통해 당의 간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 하원의원들은 매일 그의 브리핑을 챙겨 보면서 단톡방에서 토론을 이어간다고 한다. 재키 스파이어 하원의원은 “그는 우리 대통령이 가져야 할 종류의 리더십을 대변한다”고 평했다. 코미디언 겸 배우 첼시 핸들러는 “나는 공식적으로 쿠오모에게 끌렸다”고 했다.
최근 13살 어린 동생이자 CNN 앵커인 크리스토퍼 쿠오모와 방송에서 “형, 엄마가 전화 좀 하래” “너는 엄마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아들이지”라고 사담을 나누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면서 호감도도 급상승하고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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