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통합당이 배우 정준(41)을 포함해 악플러들을 고소하기로 한 가운데 정준은 20일 “(정당이) 개인인 저를 고소한다는 게 연예인을 떠나 국민으로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국민을 정치 쪽으로 끌고 가 고통을 줘선 안 된다. 조금만 더 지혜로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고소했던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정준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개인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을 ‘좋아한다’고 표현했는데 그걸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이 달리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그분들을 고소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자신이 앞서 악플러들을 고소하기로 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정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가 가족까지 심한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정준은 이어 “그랬더니 그분들이 ‘너도 댓글 달지 않았냐’며 ‘너도 고소를 하겠다’ 하더라”며 “제가 깜짝 놀랐던 것은 (악플러들이 아닌) 당(미래통합당 당원모임)에서 저를 고소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악플러 개인을 고소했는데 미래통합당이 나설지 몰랐다는 것이다. 정준은 전날(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왜 일베를 고소한다는데 통합당이 움직였을까”라고 적기도 했다.
그는 “제가 고소한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을 침해받고 (악플러들이) 욕을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고소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개인이 이렇게 (악플로) 고통을 받을 때 정치인은 개인을 도와야 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일베에서 쓴 글을 똑같이 인용해서 저를 고소를 한다는 게, 연예인을 떠나 국민으로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준은 “제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일을 만들어내거나, 있지도 않은 일로 욕을 하거나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며 “저는 그분들이 한 일에 대해 ‘이건 국민으로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왜 바보 같은 짓을 하냐 ’이런 의미였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당원모임이 자신을 고소한 부분에 대해 “국민을 정치 쪽으로 끌고 가서 고통을 주는 것은 안 된다”며 “그분들이 정말 통합당을 좋아한다면 조금만 더 지혜로워 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저는 고소를 안 한다. 이거(자신과 미래통합당의 각 고소 건)를 비교해서 객관적으로 봐달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정준은 지난 19일 미래통합당이 자신을 고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가 쓴 댓글에 기분 나빴다면 공개적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과거 작성했던 댓글 캡처 사진을 공개하며 “제가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배우 정준으로 공개적으로 쓴 댓글이 아닌 국민으로서 조용히 쓰려고 한 것인데, 온라인커뮤니티 일베에서 저라고 해서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준은 자유한국당 관련 기사에 ‘그래 그래 잘 하고 있어 계속 자르자 자한당’, ‘X신’, ‘퇴물들’이란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그는 “사진에도 있듯이 제가 단 댓글 수준이 고소를 당할 정도인가. 그럼 국민은 이 정도 댓글도 못 다나. 사진에 나와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난 대인배라 결이 같고 싶지 않다. 악플러들을 용서하겠다. 고소 응원해 주셨던 분들 이해 부탁한다”며 “그리고 죄송하다. 지금 내가 같이 고소를 하면 내가 지는 것”이라고 고소 취하 의사를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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