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뀔 수 있지만 그 결론은 나중에 공개하겠다.’
교육부가 17일 전국 학교 3차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대학입시 일정 변경 관련해 설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 2차 휴업 발표 시 대입 일정 조정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교육부 측 공식 입장이었지만 이날은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교육부 입장을 공개하는 건 뒤로 미루면서 대입 일정 유동성이 높아졌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수업일수가 줄어드는 등 학사일정 전면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대입 일정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개학이 돼야, 학사일정이 시작되고 중간고사 등 시험 일정이나 1학기 평가 완료 시점을 정할 수 있다”며 “대입 일정 관련 현실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3차 휴업으로 고등학교 개학이 한달 이상 늦춰지면서 대입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교육부 내부 분위기가 바뀐 걸로 보인다. 다만 이날 대입 일정 순연 여부에 대한 확답은 내놓지 않았다. 개학일이 최종적으로 도래해야 관련 결정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고만 밝힐 뿐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실 1차 개학 연기 때부터 아이들의 지금 학습 일정이 대학 입시 일정을 따라갈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거의 매일 같이 검토하고 있다”면서 “단지 그 내용을 발표하는 시점은 가능하면 분명하고 확실한 결론을 가지고 공개해야 하는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입 일정 관련) 정말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지만 일정 발표만 유동적으로 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실상 교육부가 대입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 시점에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결국 대입 일정 순연이 이뤄질 수밖에 없단 걸 인정한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3차 휴업으로 고3 중간·기말고사가 예년 대비 1∼2주 늦춰지기 때문에 수시 전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생부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그간 나왔다. 현재 학생부 마감일은 8월31일,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9월7∼11일이다.
이런 일정 문제와 별개로 교육부가 고3 재학생과 그 학부모 여론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 대입 일정 관련 결정을 미루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개학이 4월로 미뤄진 상황에서 기존 대입 일정대로 아예 진행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다만 대입에서 사실상 졸업생과 경쟁하는 재학생이나 그 학부모들이 방학일수 축소로 수시와 수능 준비 부담이 커지면서 불만이 커질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해 교육부가 고려하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3차 휴업을 발표하면서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기존 법정 수업일수에서 10일을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1·2차 개학 연기 당시에는 여름·겨울방학을 줄여 학사일정을 소화하도록 했지만, 3차 개학 연기로 절대적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외적으로 수업일수를 줄이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줄어드는 수업일수에 비례해 수업시수(이수단위)도 감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뤄지는 하루 수업량이 증가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수업일수·시수가 줄면서 자연스레 학부모 사이에선 학습결손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휴업 기간 동안 원격 학습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이런 문제에 대응한단 방침이다. 교육부는 오는 23일부터 휴업 종료 후 교육과정 운영에 대비해 교사가 다양한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과제 제시, 평가 등을 통해 원격수업 실효성을 제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매주 두 차례 이상 신학기개학준비추진단 회의를 통해 원격학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점검, 지원하기로 했다.
신학기개학준비추진단은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이번에 구성돼 개학 전후 학교 방역과 위생 관리 등 개학 전 준비사항을 점검한다. 그간 방역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학교 개학을 위한 조건으로 각 학교별 코로나19 관련 구체적 대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교육부는 실제 방역당국과 협의해 개학 이후 감염증의 학교 내 유입·감염 차단을 위한 ‘학교방역 가이드라인’을 보완, 배포할 예정이다. 관계부처 협조를 통해 보건용 마스크를 비축하고 일반 대상으로 면마스크 등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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