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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불멸의 삶, 당신없이 무슨 의미가 있나

입력 : 2020-03-18 21:14:30 수정 : 2020-03-18 21: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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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뮤지컬 '드라큘라' 선전 / 영원한 사랑 갈구하는 / 드라큘라의 욕망과 고뇌 / 스토리 라인 강화 / 플라잉 세트로 무대 전환 / 류정한, 6년 만에 귀환 /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 섬세한 감정 연기

피를 마시며 영원불멸의 삶을 누리나 햇볕 아래 설 수 없는 저주를 지닌 흡혈귀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그중 고전은 역시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1897)’. 등장인물 사이 오간 편지만으로도 서늘한 공포를 만들어내는 이 명작은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지금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거장 프란시스 코폴라의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1992)’다. 흥행 정석이 된 드라큘라와 여주인공의 러브라인을 만든 대표적 작품이기도 하다.

영원불멸이나 햇빛 아래 설 수 없는 저주를 지닌 드라큘라 백작 이야기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드라큘라’. “영원한 삶 혼자라면 의미 있나”라고 고민하던 드라큘라 백작은 결국 “남의 피를 탐하던 그늘 속의 영혼, 이런 삶 이런 인생 죽음보다 괴로워”라며 또다른 자유를 위한 선택을 한다. 오디컴퍼니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공연가에서 고군분투 중인 뮤지컬 ‘드라큘라’ 역시 이 영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으로서 200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작을 뮤지컬 명가 오디컴퍼니가 새롭게 고쳐 2014년 국내 초연했다. ‘지킬앤하이드’로 우리나라 뮤지컬 팬이 특별히 사랑하는 작곡가가 된 프랭크 와일드혼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브로드웨이 공연에 없는 새로운 넘버 3곡을 추가했는데 그 세 번째 무대가 지난 2월 시작됐다.

드라큘라 백작의 아내였던 엘리자벳사의 초상화를 추가로 등장시키고, 그와 관련한 대사들을 변경해 드라큘라와 미나의 인연을 보여주면서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했다. 영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블랙 스크린을 설치했으며, 스탠딩 세트를 플라잉 세트로 전환하는 등 공연장인 샤롯데씨어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더욱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장비와 세트를 보강했다.

이야기는 빅토리아시대가 끝나갈 무렵 유럽 트란실바니아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영국 토지 매입을 위임받은 젊은 변호사 조나단과 그의 약혼녀 미나가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미나를 마주한 드라큘라는 그녀가 엘리자벳사의 환생임을 확신한다. 조나단의 피로 젊음을 다시 얻은 드라큘라는 배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와 미나의 절친한 친구인 루시를 뱀파이어로 만들고 훗날 뱀파이어 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반 헬싱 교수는 조나단 등과 함께 드라큘라를 추적한다.

공연 시간은 중간 휴식 20분을 빼고서도 150여분에 이르지만, 트란실바니아와 런던을 넘나드는 사건 전개는 숨 가쁘게 이뤄진다. 드라큘라의 성과 영국 런던의 정신병원, 휘트비 베이의 저택과 지하 납골당 등 ‘드라큘라’가 자랑하는 무대가 암전 없이 전환되는 도중에도 배우들은 노래를 부르며 줄거리를 이어간다. 그런데도 대본의 한계 탓인지 드라큘라와 미나의 감정선 변화는 좀처럼 공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이야기 전개에 개연성이 떨어지고 주요 등장인물 행보는 종종 느닷없다.

이야기의 성긴 틈을 메우는 건 배우들 몫이다. 지난 11일 공연에선 초연 당시 호평받은 류정한이 20여년째 무대 최정상을 지켜온 베테랑답게 무대를 지배했다. 6년 만에 드라큘라를 맡아 매혹적이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그만이 가능한 섬세한 감정이 실린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자칫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는 무대 균형을 맞춰준 건 드라큘라와 대척점에 선 반 헬싱 교수 역을 맡은 강태을이다. 선 굵은 연기와 노래로 극 후반을 이끌어갔다.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6월 7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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