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주해군기지가 민간인에 뚫린 데 이어 수도 서울을 지키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부대와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에서도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군 당국에 따르면, 50대 민간인 A씨는 이날 오전 11시46분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방공진지 울타리 내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군 당국은 1시간 가까이 침입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낮 12시40분쯤에야 A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A씨는 진지 울타리 아래를 파서 부대 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A씨는 산나물 채취를 위해 산에 올랐으며,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A씨에 대해 대공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경찰에 신병을 인계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3일 정오쯤 진해기지사령부에 70대 민간인 B씨가 침입했다. 당시 군사경찰 3명이 위병소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B씨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근무하던 군사경찰 1명은 전화를 받고 있었고, 2명은 기지 출입 차량을 검문하고 있어 B씨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군은 전했다. B씨는 기지에 들어간 지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 1시30분쯤 초소에서 근무 중인 병사에게 발견됐다. B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B씨가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판단, 경찰에 인계했지만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에 민간인 기지 침입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해군이 경찰에 B씨를 넘기면서 기지 침입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당시 기지 경계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등 감찰에 들어갔다. 해군 관계자는 “진해기지사령부에서 상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지만, 합동참모본부나 국방부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보고하지 않은 경위 등도 감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제주해군기지에 민간인 2명이 철책을 뚫고 들어가 1시간30분 동안 돌아다닌 사건도 있었다.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CC(폐쇄회로)TV로 구성된 능동형 감시체계는 성능 저하 문제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해야 할 5분 대기조는 침입 후 2시간이 지나서야 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안보의 핵심시설인 군 기지가 잇따라 민간인에 뚫리면서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초대형방사포를 발사하는 등 군사적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군사대비태세가 이완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부대관리 및 사후조치 전반에 대해 정확하게 실태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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