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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 아기를 숨지게 한 아저씨…징역 125년 선고 [김동환의 월드줌人]

입력 : 2020-03-16 21:00:00 수정 : 2020-03-16 23: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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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해변 모래에 얼굴 묻었던 시리아 난민 아기를 기억하십니까?

2015년 9월2일(현지시간),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3).

 

빨간 티셔츠와 파란 바지를 입은 채 해변에 얼굴을 묻은 시리아 꼬마의 시신 주변에는 말 없는 파도만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테러와 전쟁을 피해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의 이주를 꿈꿨던 어느 시리아 난민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이었다.

 

2015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해변에 모래로 만들어 놓은 아일린 쿠르디에게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헌화하고 있다. 가자지구=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두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배에 오른 압둘라 쿠르디는 세찬 파도와 물살에 배가 뒤집히면서 가족 모두를 잃었다.

 

해변에 떠밀려온 아일란의 시신은 시리아 난민의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와 함께 평화로운 곳을 찾아 가족과 가고자 했던 ‘가장’ 압둘라의 꿈도 모두 깨져버렸다.

 

난민이 처한 현실을 나타내듯 아일란의 시신 사진에는 ‘파도에 휩쓸린 인도주의’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 보는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15년 9월2일(현지시간),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3·사진 왼쪽)와 형 갈립 쿠르디(5)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 사고는 난민의 절박함을 악용한 불법 이주 브로커들 개입이 빚은 참사이기도 했다.

 

쿠르디 가족 등 난민에게 돈을 받고, 불법 이주를 알선했던 브로커들은 사고 당일 다른 난민과 함께 소형보트에 올라탄 쿠르디의 가족에게 “괜찮다. 안전하다”고 거듭 안전을 장담했다.

 

하지만 이들의 말과 달리 터키 해안을 떠나자마자 보트는 거친 파도에 위태롭게 흔들렸고, 압둘라가 배의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음에도 결국 뒤집혔다.

 

위태로움을 감지했던 브로커들은 이미 바다로 뛰어내려 도망친 후였다.

 

순식간에 가족들을 놓친 압둘라는 홀로 해안까지 헤엄쳐갔다가, 다음날(9월3일) 병원에서 아들들과 아내가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당시 쿠르디의 가족을 실은 배 외에 또 다른 배도 전복되면서,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난민이 에게해에서 숨졌다.

 

2015년 9월2일(현지시간), 터키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3)의 시신을 터키 경찰이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압둘라의 가슴에 평생 한으로 남은 참극이 벌어진 지 4년여 만에야 불법 이주 브로커들에게 무거운 벌이 떨어졌다.

 

15일 터키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보드룸 고등 형사법원이 지난 13일 불법 이주를 알선한 혐의로 붙잡힌 브로커 3명에게 각각 징역 125년을 선고했다.

 

다른 브로커들은 이미 벌을 받았으나, 세 사람은 도주한 탓에 뒤늦게 법정에 섰다.

 

이들은 지난주 터키 중남부 지역 아다나주에서 경찰에 붙잡힌 뒤 기소됐으며, 재판부는 세 브로커가 ‘궁극적인 의도’를 갖고 난민들을 죽였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아일란의 시신을 안아 올렸던 터키 경찰의 메흐메트 지플락 경사는 2015년 통신사 인터뷰에서 “(아기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살아있다는 기미가 없었다”며 “아이를 본 순간 6살인 내 아들 생각 나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지플락 경사는 “바다를 건너 에게해 섬으로 가려던 난민들이 익사한 것은 ‘인류의 수치’”라고도 주장했다.

 

2015년 9월4일(현지시간), 시리아에서 열린 아일란 쿠르디(3)의 장례식에 참석한 친척 등의 모습. AP연합뉴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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