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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박탈감에… 약물·불법 변종대출 ‘늪'서 허우적 [연중기획 - 청년,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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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3-14 14:00:00 수정 : 2020-03-16 0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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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범죄 내몰리는 2030 / 고단한 현실 속 “쉽게 돈벌수 있다” 유혹 / 사이버금융범죄 연루자 ‘2030’ 60% 차지 / 생활형 절도에 도박·마약 중독자도 늘어 / 빈곤청년 절반 “돈 없어 식사 거른 적도” / “불공정한 사회 인식… 일정한 부분 책임 / 청년 범죄·일탈 구제할 정책 마련해야”
#1.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지난 1월6일 오후 9시경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과일가게 앞에 20대 남성 A씨가 나타났다. 최근 직장을 그만둔 그는 별다른 수입이 없던 차에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잘못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과일가게에 들어선 A씨는 주인을 흉기로 위협한 뒤 현금 1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곧바로 A씨를 추적했고, 이튿날 그를 검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2. 30대 남성 B씨는 직장을 그만둔 뒤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러다 2년 전 한 중고서점에서 노숙인이 책을 훔쳐 나가는 장면을 목격한 뒤, 그 길로 자신도 중고책 절도에 손을 댔다. B씨는 책을 품 안에 숨겨 나오는 방식으로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 일대 중고서점 등을 돌며 책을 훔치다 지난해 초 경찰에 붙잡혔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B씨는 “처음에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지만, 이후부터는 생활고를 타개하기 위해 범행을 지속했다”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이버 금융범죄·불법대출에도 손대

취업난과 더불어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등 청년에게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불법 행위에 연루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6∼11월) 사이버 금융 및 정보통신망 침해형 범죄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검거자 2632명 중 20대가 36.5%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30대가 24.4%, 40대가 18.2%로 뒤를 이었다.

이번 특별단속에서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전년 동기대비 1010명(62.2%)이나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온라인 및 정보통신기기에 익숙한 청년들 사이에서 이 같은 범행에 가담하는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 등으로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불법·변종대출’에 손을 벌리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2016∼2018년 대부업·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는 379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대 응답자 10명 중 7명(71%)이 주거비 등 기초생활비를 목적으로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절반(50.4%, 2018년 기준)가량이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했고, 이 중 8.8%가 불법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렸다.

금전적 어려움에 닥친 청년들을 유혹하는 대표적 불법·변종대출 행위로는 ‘내구제대출’과 ‘작업대출’이 있다. ‘나를 구제하는 대출’로 일컬어지는 내구제대출은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휴대전화·노트북 등을 할부로 구입해 업자에게 넘겨주면, 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업대출은 브로커가 정상적 대출이 어려운 청년들이 대출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조작해주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떼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대출에 가담한 청년 중 대다수가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거나, 대출과정에서 유출된 개인·금융정보 등으로 인해 범죄 가해자로 둔갑하는 경우도 벌어진다는 것이다.

◆고단한 현실 속 도박·마약 중독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청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령별 도박 관련 질병 환자 현황’을 살펴보면, 20대의 경우 2014년 179명이었던 것이 2018년 414명으로 배 이상 늘었고, 30대는 260명에서 422명으로 62.3% 증가했다. 40대의 증가율은 25%로 낮았고, 50대는 오히려 22.9%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등학생 때 온라인 스포츠도박에 발을 들였다는 20대 남성 C씨는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버는 것과 달리, (도박은) 쉽게 돈을 걸기만 하면 바로 돈이 들어오다보니 (쉽게 빠지게 됐다)”며 “스스로 일상생활에 피해가 가는 줄 알면서도 계속 도박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 거래가 증가하면서 여기에 손을 대는 청년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붙잡힌 마약사범 9340명 중 20∼30대가 46.9%(4387명)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적 박탈감이나 경쟁 속에 내몰리다 보니 무언가 빠져드는 곳이 필요한 것 같다”며 “삶에서의 회의와 박탈감이 많은 상황에서 대체물로 마약이나 도박에 빠지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공정한 사회’ 인식도 한몫…“청년 구제 정책 필요”

청년들이 이러한 ‘검은 유혹’에 빠지는 데에는 이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빈곤과 함께 사회에 대한 암울한 인식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평택대 산학협력단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시행한 빈곤청년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돈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양을 줄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9.5%)였고, ‘생활필수품을 줄일 정도로 어려운 적이 있다(31.2%)’, ‘매월 공과금을 내는 게 힘든 적이 있다(30.8%)’는 답변도 상당수 나왔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범죄에 빠지는 데에는 일정 부분 사회적 책임이 있는 만큼, 이들을 도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청년들의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마약과 도박 등을 안 하고는 견딜 수가 없게 되는 상황이 있다. 이들이 심리적 외상이나 고통으로 인해 중독에 빠지는 데는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집행위원장은 “누구라도 한번은 실수할 수 있다. 실수했을 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책은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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