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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술 [명욱의 술 인문힉]

입력 : 2020-03-14 17:00:00 수정 : 2020-03-14 1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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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이 있다. 종교와 주술에서 의술을 떼어냈고, 감정은 심장이 아닌 뇌에 기반한다고 말한 사람,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다.

재미있는 사실은 히포크라테스가 서양 역사상 최초로 약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가 활동한 기원전 5∼4세기에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진행 중이었다. 툭하면 공성전을 진행해 좁고 답답한 성내(城內)에 민중이 밀집했고 전염병이 유행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아테네를 전염병 발생지에 따라 구역을 나눴고, 늘 뜨거운 불이 있는 대장간에는 전염병이 없다는 것에 착안해 소나무에 불을 놓아 도시 전체를 방역을 진행한다.

외상치료에는 깨끗한 물과 와인을 사용해 소독을 진행하고, 와인에 다양한 약재를 넣은 약용 술을 만들었다. 알코올은 수분에 비해 삼투압이 높아 약재의 성분을 잘 녹여냈고 섭취 시 물보다 체내 흡수가 빨랐다. 동시에 알코올 자체가 이뇨작용, 해열제의 역할도 했다. 변변한 약이 없었던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단순히 약술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의 생각이 증류주 발명에 나비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그는 인체의 구성이 4가지(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로 되어 있다는 사체액설(四體液說)을 근간으로 인간의 건강상태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의 균형이 맞으면 건강한 상태이며, 그 반대로 깨졌을 때는 우리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다.

리큐르로 만든 칵테일. 장생건강원 제공

이 사상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래스의 사원소설(四元素說)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상의 모든 물체가 물, 불, 공기, 흙, 4가지로 구성돼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히포크라테스는 앞에서 설명한 네 가지 체액의 성질이 온(溫), 냉(冷), 건(乾), 습(濕)에 맞물려 있다고 설명한다.

18세기까지도 이어진 이 원리는 해부학이 발전하면서 쇠퇴해갔지만, 질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했다는 점에 현대 의학에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이슬람으로 이어진다. 사원소(四元素)에 온, 냉, 건, 습을 더 해서 물질을 바꾸려고 한 연금술의 기원이 된 것이다. 그래서 술에 열을 가하고, 얼리고, 말려도 봤으며, 습하게 해 봤다. 이로써 알코올(78도)과 물의 끓는점(100도) 차이를 알게 되었고, 알코올을 따로 분리함에 따라 증류주가 탄생하게 된다. 히포크라테스가 증류주의 탄생에도 나름 기여한 것이다.

그가 만든 최초의 약술도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다양한 허브를 넣은 따뜻한 와인 프랑스의 ‘뱅쇼’와 독일의 ‘글뤼바인’ 문화는 물론이고, 16세기부터는 증류주에 다양한 허브를 넣으며 마시는 문화가 프랑스 궁정에서 행해진다. 이때부터 이러한 약주는 액체 보석, 마시는 향수 등 다양한 별명이 따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술이 지금은 리큐르(liqueur)로 불리게 된다. 리큐르의 어원은 라틴어로 ‘우려내다’, ‘녹이다’라는 리케파세르(Liquefacer). 한마디로 약재를 우려낸 술. 결국, 우리가 바(bar)에서 보는 리큐르는 히포크라테스의 술이었던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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