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사용자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부당해고가 인정될 경우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라는 명령과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거쳐 구제신청이 기각될 경우 근로자는 불복하여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던 중 정년에 도달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면 노동위원회나 법원은 구제이익,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구제신청, 소를 각하하고, 부당한 해고인지에 관한 본안 판단에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0일 선고된 대법원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여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사건은 해고 통보를 받은 원고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에 따라 원직복직 대신 금품지급명령을 구한 사안이었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위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원고는 2017년 9월2일 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원고의 회사는 2017년 9월19일 정년에 관한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개정 취업규칙 시행일인 2017년 10월1일 당시 원고는 이미 정년(만 60세)을 도과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1심과 항소심은 원고가 정년이 되어 당연퇴직하였으므로 위 재심 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하여 소를 각하하고, 위 해고가 부당한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이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부당해고 구제명령 제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임금 상당액 구제명령의 의의 및 그 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인데, 구체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당해고 구제명령은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하여 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제도의 목적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원직복직과 임금 상당액 지급은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달라, 어느 것이 근로자에게 더 우월한 구제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공법상 의무를 부담시킬 뿐이나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 형사처벌 등을 통해 간접적 강제력을 가지므로 근로자로서는 해고기간 중 미지급 임금과 관련하여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이 있고, 민사소송을 별도로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서 소의 이익을 부정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나 기간제 근로자의 권리구제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종전 판결이 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부당해고 구제신청 후 정년이 도과하는 등 원직 복직은 어려워진 근로자들도 해고기간 중 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해고의 부당성에 대해 판단을 받게 되었는데, 부당해고 구제명령 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구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위 판결은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김보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bora.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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