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교주인 이만희(89) 총회장이 2일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대국민 사죄’를 했다. 이 총회장은 이 자리에서 두 차례 엎드려 큰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통 제사를 지낼 때 두 번 큰절을 하는 것을 언급하며 “제사 지내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등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그동안 공개 석상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총회장은 이날 오후 3시10분 경기도 소재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총회장은 “(신천지가) 사이비라는 편견이 있는데도 당국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우리도 즉각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대처가 미흡해) 정말 면목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정부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 하늘도 돌봐줄 것”이라며 신천지를 향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이 총회장은 두 차례 큰절을 했다. 그는 “교회의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성도들은 자녀와 같다”며 “죽음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 와서 돌고 있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고 있겠느냐, 고치고자 하지 않겠냐”고도 덧붙였다.
회견문 낭독 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총회장은 ‘본인은 영생불사한다고 생각하느냐’, ‘어떤 부분을 잘못했고, 이제서야 기자회견을 연 이유가 궁금하다’는 등의 질문에 “정말 정신이 없다”는 등 동문서답을 내놨다. 다만 이어진 이 총회장의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관한 질문에는 “오늘 답(결과)을 ‘음성’이라고 했는데, 그런 줄로만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평화의 궁전 앞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회견 내내 신천지 신도 자녀를 둔 부모로 구성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관계자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신천지 해체하라”는 등 소리를 지르거나 이 총회장을 향해 욕설을 뱉으면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27일 이 총회장을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자로 지목하며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가 전날 이 총회장 등 신천지 지도부를 살인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코로나19 대응 TF 사건대응팀인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에 배당했다. 또 미래통합당이 지난달 28일 전신인 새누리당 당명과 관련해 이 총회장을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인권·명예보호 전담인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에 배당됐다.
한편,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날 이 총회장의 사죄 기자회견을 향한 비판이 잇따랐다. 관련 기사 댓글란 등에서는 이 총회장이 두 차례 큰절을 한 것을 두고 “국민들 다 죽으라는 뜻이냐”고 비꼬거나 “사과를 하는 척하면서 설교를 했다”, “신도 명단 논란에 대해서는 왜 언급이 없느냐”는 등의 의견이 빗발쳤다. 이 총회장이 마스크를 낀 채 발언을 한 데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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