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1주년 3·1절이었던 지난 1일, 국내 포털사이트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차이나 게이트’란 단어가 화두로 떠올랐다. 차이나 게이트는 ‘조선족(중국동포)들이 국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혹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들에 올라온 의혹에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까지 잇따르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해당 단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란 등을 살펴보면 차이나 게이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 보도 내용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글 등을 살펴보면 차이나 게이트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6일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이 올린 ‘어느 조선족의 고백’이라는 글이다.
글쓴이는 “수많은 조선족이 한국의 모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비밀로 하려다 진실을 모르고 평생 살아야 하는 한국인이 안쓰러워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채팅앱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후 중국어 단체 채팅방에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가 공유된 사진, 과거 국내 기사에 중국어로 쓰인 댓글이 다수 달리며 비정상적으로 댓글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는 점, 중국이나 조선족 비방글과 함께 ‘낚시 링크’를 걸어 뒀던 결과 등 해당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제기되면서 의혹이 더욱 확산했다. 누리꾼들은 3·1절을 맞아 이 단어와 ‘나는 개인이오’라는 단어를 실시간검색어 순위에 올리자는 운동까지 벌였다. 나는 개인이오라는 말은 국내 인터넷 여론 조작에 나선 일부 조선족이 중국 공산당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부연하는 글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의 조직적 여론 조작 및 국권침탈행위를 엄중하게 수사하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100명 이상이 사전동의해 현재 관리자가 검토 중인 상태다. 청원인은 “조선족 게이트(차이나 게이트)는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여론이 이미 중국 공산당의 지령 하에 중국인 이민자들과 조선족들에 의해 점령되어있으며 이를 최근 몇몇 네티즌이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냈다는 내용”이라며 “온 국민이 좌우로 분열돼 싸우고 있던 작금의 현실이 중국이 유도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이것은 게이트급 사건이 될 수 있으며 아직까지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동안 중국 옆에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침략과 수탈을 당해왔다”며 “지금은 온라인까지 점령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청원인은 “단순한 ‘반중 정서’로 보지 말고 꼭 자세하게 조사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온라인 공간에선 ‘차이나 게이트 대응연합’이라는 단체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내 “우리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에 의해 여론이 잠식되고, 조작되고 있는 것을 온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다”며 “우리는 이제 중국 세력의 언론 조작에 맞서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3·1절 당일 실제 차이나 게이트와 나는 개인이오가 실검 순위에 수 차례 오르는 현상을 보였다. 아직 해당 의혹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답변이나 민간 기관 등에서의 객관적인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관계자는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이나 게이트 의혹의 근거로 제시된 자사 서비스 기사와 관련해 “현재 상황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드루킹 사태’ 이후 댓글 연속쓰기 제한, 기사당 댓글수 제한 등 강력한 정책으로 의도적인 여론 조작이 어렵다고도 부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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