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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는 불륜남”“신천지 교인 침뱉어”… 가짜뉴스에 무차별 감염 [코로나19 비상]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입력 : 2020-03-01 18:56:11 수정 : 2020-03-01 22: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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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속 극단 혐오 키워 / ‘31번 확진자 간호사와 몸싸움’ 등 /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 급속 유포/ 확진자 동선 관련 지라시도 기승 / ‘업소 여성’ 등 추측성 비방 난무 / 증상자는 마녀사냥에 검사 망설여 / “가짜뉴스로 사회 분열… 더 위험”

서울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권모(30)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서 한 장의 사진을 봤다. 한 중년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비를 위해 집집이 다니면서 마스크를 나눠주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원봉사자가 아니고 사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권씨는 “그 사진과 글이 올라온 직후 단체 채팅방에서 신천지를 향한 악담이 쏟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의 중년 여성은 대구의 한 통장이었고, 실제로 마스크를 나눠주는 봉사를 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그에 비례해 관련된 가짜뉴스 또한 단체 채팅방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것 같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걸러야 하는지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이상 지속하면서 ‘가짜뉴스’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돼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심각성이 대두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의 가짜뉴스는 특정 종교집단이나 지역, 타국민 등으로 타깃이 분명한 데다 극단적인 혐오감정으로까지 이어져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나 SNS 메신저 단체 채팅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마구 올라온다. 코로나19 확진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신천지 교회나 공개된 확진자들의 동선과 관련한 갖가지 추측과 주장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퍼지는 속도도 문제지만, 주로 조롱이나 원색적 비난의 의도로 만들어져 심각성을 가중한다. 이런 ‘마녀사냥’ 때문에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신속하게 검사를 받을지 결정하는 데 주저하게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가짜뉴스의 가장 큰 대상이 된 이는 이른바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31번 확진자 A(61·여)씨다. 신천지 교회 신도로 알려진 A씨가 ‘퇴원을 요구하며 발버둥 치고, 이를 제압하던 간호사 마스크를 벗기고 몸싸움을 시도했다’는 등의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SNS를 통해 퍼 날라지며 비난의 여론 중심에 섰다. ‘신천지 신도들이 병원으로 몰려와 업무를 방해한다’, ‘신천지 교인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감염시키기 위해 침을 뱉는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돌기도 했다. 신천지 교인들은 확진자건 아니건 무조건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이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31번 확진자 관련 가짜뉴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코로나 19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면서 온갖 추측이 지라시성의 가짜뉴스 형태로 뿌려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이유는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공익적 목적이지만, 확진자들의 사생활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예를 들어 확진자가 노래방을 빈번하게 드나든 것이 확인되면 ‘업소녀’, ‘노래방 도우미’라는 조롱이 나온다. 유흥업소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확진자를 향해선 ‘불륜남’ 등의 낙인을 찍는다. 회사원 김모(28·여)씨는 “SNS 메신저 단체 채팅방의 가장 큰 주제는 코로나19다.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며 직업이나 사생활 등을 멋대로 추측하는 게 종일 계속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녀사냥식의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가 감염성 질환에 대한 공포의 반작용이라 피할 순 없는 현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감염병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장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감염성 질환은 공포와 분노라는 2단계 심리 전염 단계를 거친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회적 분열이나 혼란까지 야기시킬 수 있다. 감염병의 심리적 전염을 막기 위해선 공포와 분노를 잘 다스릴 수 있도록 서로 돕고 존중하는 등의 이성적이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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