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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기 각별하다"면서… 천안함·연평도는 소외되나 [뉴스+]

입력 : 2020-02-27 06:00:00 수정 : 2020-02-27 07: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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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하는 ‘10년 단위’ 기념사업서 빠져

“올해는 특별히 10년 단위 기념일들이 많습니다.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비롯해 6·25 전쟁 70주년, 4·19 혁명 60주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은 독립, 호국, 민주로 이어져 온 우리 현대사를 상징하는 기념일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충남 계룡 계룡대에서 국가보훈처 신년 업무보고를 받기 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국가보훈처의 올해 업무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거론하며 “항일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였음에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100주년을 특별히 기념하는 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바란다”고 보훈처에 각별히 당부했다.

 

청산리·봉오동 전투을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인식은 물론 올바르고 훌륭하지만 이 발언에 ‘서운함’을 느낀 사람들도 있다. 굳이 “10년 단위 기념일”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올해로 꼭 10주기를 맞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두 사건은 거명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해 수호의 ‘용’으로 승화한 천안함·연평도 용사들

 

26일 천안함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0년 3월26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천안함 피격사건 10주기가 꼭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천안함재단은 천안함 피격과 함께 전사한 46용사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국민 성금을 모아 설립한 특별한 재단이다.

 

지난해 3월26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서 한 유족이 추모비에 새겨진 희생자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해군참모차장을 지낸 손정목 예비역 해군 중장이 현재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88년 건조된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은 2010년 3월1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비 임무를 위해 닻을 올렸다. 항해 9일 만인 3월25일 기상 악화로 백령도 서남방 해안으로 이동한 천안함은 이튿날인 3월26일 오후 9시22분 선체에 커다란 충격이 발생한 끝에 침몰했다. 훗날 조사 결과 몰래 우리 해역에 침투한 북한 잠수함이 천안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긴급 출동한 해경 선박에 의해 다수의 천안함 승조원이 구조됐으나 해군 장병 46명은 끝내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중 6명은 시신조차 미수습 상태로 남아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UDT/SEAL’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해군 특수전여단의 잠수 전문가 한주호 준위(당시 52세)는 사건 발생 직후 실종자 구조 및 수색을 위해 25m 깊이 바다에 여러 차례 뛰어들었다가 호흡곤란으로 실신한 뒤 결국 숨을 거둬 46용사와 함께했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천안함 사건 이후 8개월가량 지난 2010년 11월23일에 발생했다. 북한이 해안포 및 곡사포를 총동원, 연평도의 우리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100여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이로 인해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 등 4명이 목숨을 잃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연평도 포격 2주기를 나흘 앞둔 2012년 11월19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평화공원에서 해병대원들이 포격으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흉상을 닦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진정한 보수, 우리가 지켜야 할 것 꼭 지키게 해야"

 

문 대통령의 표현처럼 ‘10년 단위 기념일’은 평소보다 더 정성을 기울이고 행사 규모도 키워 엄숙하고 장중하게 치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당장 1개월 앞으로 다가온 천안함 10주기 추모행사는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장 대통령이 10년 단위 기념일을 죽 언급하며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생략했으니 이 사안들의 10주기 추모에 대한 보훈처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훈처 홈페이지에 게재된 ‘국가보훈처 2020년도 업무계획’에서 천안함이나 연평도는 단어조차 찾아볼 수 없다. 보훈처는 “독립·호국·민주 10주기 계기 사업을 통해 갈등 해소, 보훈의 중요성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 대상으로 ‘독립’ 분야는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 ‘호국’ 분야는 6·25 전쟁 70주년, ‘민주’ 분야는 4·19 혁명 60주년과 5·18 민주화운동 40주년만 꼽았다.

 

천안함 폭침 직후 실종자 구조 및 수색을 위한 잠수 임무에 투입됐다가 실신한 뒤 숨진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작 처음으로 10년 단위 기념일을 맞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아예 포함시키지도 않은 것이다.

 

이어 “균형 있는 기념사업으로 보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하겠다”면서도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 6·25 70주년, 4·19 60주년, 5·18 40주년 기념사업을 국민과 함께 추진하겠다”고만 밝혀 국민과 함께 기념사업을 추진할 대상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은 제외했다.

 

천안함 10주기를 앞두고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선 ‘국군문화 사진전’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 전준영씨는 “진정한 보수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꼭 지키게 해야 한다”고 참석한 정치인들한테 강조했다. 전씨는 천안함 폭침 당시 갑판 근무병으로 근무하다 부상한 생존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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