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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더 밝다” 印시장 상륙 8개월… 대박 신화 쓰다 [한국경제, 신남방에서 길 찾다]

관련이슈 한국경제, 신남방에서 길 찾다

입력 : 2020-02-26 03:00:00 수정 : 2020-03-18 14: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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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신시장 인도 최대 다크호스로 / 쉽지 않았던 현지 안착 / 풍성한 지원에 남동부州 거점도시 선택 / 州수상 세 번이나 교체… 공장 추진 애먹어 / 주민 1만명 고용 확인하자 전폭적 지지 / 1년 만에 설비까지 마무리 경이적 기록 / 이젠 ‘ 질주’만 남았다 / 철저한 훈련으로 초기 공장 안정화 순조 / 2019년 첫 공개 ‘셀토스’ 세그먼트 1위 잭팟 / ‘카니발’이 바통… 하루 1400대 계약 행진 / KMI “올 쏘넷 등 3종16만8000대 생산”
의장(조립)라인 전경

지난달 29일, 인도 남부 벵갈루루 국제공항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아난타푸르시(市). 데칸고원에 위치한 안드라프라데시주(州)의 거점도시로, 고속도로와 철도망이 잘 갖춰져 첸나이 등 주변 도시들과 교류가 활발하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대학이 즐비한 것이 도심 분위기가 판교와 흡사하다. 각종 오물과 악취에 몸살을 앓는 것이 대부분 인도의 현실인지 몰라도, 기아차 인도법인(KMI) 공장을 오가는 지역에서 그 같은 선입견은 들어맞지 않았다. 도심을 벗어나면 풀이 듬성듬성 난 황무지와 돌산의 연속. 어느 순간 완만한 고개를 넘어서자, 화이트톤 현대식 공장이 온 시야를 가득 채운다.

 

연면적 216만㎡(약 65만5000평)에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아차 인도공장이다.

◆KMI 공장 설립, 우여곡절의 연속

 

기아차가 인도 내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 4곳을 물색, 구자라트주와 안드라프라데시주로 좁힌 뒤 최종 결정을 내렸다. 경쟁력 있는 가격의 부지 제공은 물론 각종 인프라와 세제, 재정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제시했다. 공항에서 공장까지 반듯하게 닦인 아스팔트 고속도로도 그 덕분이다. 인도는 중앙정부 외에도 28개주,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관료 얼굴을 못 알아봤다가 폐업한 한식당 등 사례가 숱하다. 아직은 관료가 우선인 후진적 시장의 단면이다.

글로벌 기업 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사이 주 총리가 교체됐다. 주 총리와 주 정부가 바뀐 만큼 기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현 총리는 “정부가 할 일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해주라”며 적극적인 지시를 지원했다. 총리가 직접 공장을 방문한 뒤 기아차가 주민 1만명 이상을 고용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지지를 약속한 셈이다. 기아차 측은 그가 ‘아버지가 하던 프로젝트’라며 전폭적 지지를 확약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시에 위치한 기아차 인도법인(KMI) 공장 전경

◆반 년 이상 앞당긴 준공 기록

 

현대·기아차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공장은 36개에 이른다. 인도는 가장 최신 시설인 만큼 기록도 숱하다.

 

슬로바키아, 미국, 멕시코, 브라질 등지에서 공장 건설을 총괄한 김진성 건설실장(상무)은 “통상 공장 하나 준공에 18∼20개월이 걸리는데 인도는 12개월 만에 마무리지었다”며 “공장 건물뿐 아니라 설비(4500억원 규모)까지 완비했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주 정부는 2019년 2월 안에 완공해 달라고 주문했고, 이에 맞추느라 기아차는 공장 건설과 설비 설치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김 실장은 “건설·설비업자들 간에 혼선이 커서 걱정됐지만, 중대재해(사망사고) 0건으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배경엔 철저한 훈련과 청정공장 개념이 있었다. 심국현 KMI 법인장(전무)은 “사고는 자각이 없어 나는 것”이라며 “질서를 잡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인도인의 업무 효율은 통상 한국인의 60% 수준으로 본다. 이 때문에 고소 연습장(지상 9m) 등 각종 훈련장을 만들어 공사 투입 전 훈련을 거치도록 했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거나 용변을 보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청정공장 개념을 확립하는 데도 애를 썼다. 김 실장은 “청소를 끊임없이 했다”며 “어떤 작업이든 청소가 끝나야 시작된다”고 말했다. 인도공장은 지금껏 둘러본 어떤 완성차 공장과도 달랐다. 어딜 가든 바닥이 반짝이고 허투루 놓인 공구, 장갑 한 짝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운영 성과도 돋보인다. 어디든 공장을 지으면 초기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 안정화 기간이다. 반면 인도공장은 WIP(워킹인프로세스) 108대, IPR 가동률 100% 등을 기록 중이다. WIP는 출고되지 못해 라인에 머물러 있는 차를 뜻하는데 어지간한 공장은 200대를 넘는 게 예사다.

완성된 차량이 최종 테스트를 거치는 트랙 전경. KMI 제공

◆셀토스 잭팟, 카니발이 받는다

 

기아차의 인도 상륙은 업계를 넘어 현지 정부의 이목까지 사로잡았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도에서 공개하며 출사표를 던진 셀토스가 소위 대박을 친 것이다. 내수 판매를 기준으로 총 4만5294대가 팔려 세그먼트 1위를 차지했다. 수출까지 더하면 총 6만5007대를 생산했다. 시장점유율 1.5%로 아직은 절대강자 마루티-스즈키(50.3%)와 2위 현대차(17.3%) 등에 못 미친다.

하지만 소형, 저가 모델로 승부를 보는 기존 강자와 달리 기아차는 톱다운 전략을 구사해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인도시장의 성장 잠재력 등이 맞물릴 경우 어떤 결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이달 초 ‘2020 델리 모터쇼(오토 엑스포)’에서 공개한 카니발은 사전계약 첫날 1400대를 비롯해 24일까지 5000대가 계약됐다. 최대한 프리미엄급으로 포지셔닝해 최소 4년간 6만대를 판매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웠다. 7월에 선보일 콤팩트 SUV 쏘넷 역시 지금껏 기아차 개발 차 중에서 미디어와 예비고객 사전 반응이 가장 좋다고 한다.

 

KMI는 올해 셀토스, 카니발, 쏘넷 등 3종으로 총 16만8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심 법인장은 “기아차가 셀토스 한 종으로 월 1만5000대씩 팔았다. 신기하지 않으냐”며 “아직은 고급시장 수요가 많지 않지만 미래를 보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타푸르(인도)=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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