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정문호 소방청장 “소방 빅데이터 추진… 국민 체감할 수 있는 변화 만들 것” [세계초대석]

관련이슈 세계초대석

입력 : 2020-02-25 19:00:07 수정 : 2020-02-25 21:05:34

인쇄 메일 url 공유 - +

30년 소방 외길 정문호 소방청장 / 시도별 재정따라 차이 나던 서비스 / 국가직화 맞아 보장 수준 균등해져 / 대응 3단계시 전국 소방력 즉시 파견 / 소방비상대응시스템 구체화 이끌어 / 코로나19 대응 할 음압 구급차 6대뿐 / 시도별 2대씩 전국에 40대 배치 검토 / 독도 헬기 추락 등 순직자 많아 슬퍼 / 안전 장비 확충 복합치유 센터 추진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대구시 내 도로를 119구급차량 수십대가 출동했다.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의심 환자 이송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차출한 구급대원이 탄 차량이다. 시민과 누리꾼들은 “영웅들”, “힘내세요”, “대구 파이팅” 등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문호(58) 소방청장은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 당시 소방차 행렬에 이어 이번 ‘구급차 감동’을 선사한 주역이다. 정 청장은 대응3단계 재난 시 전국 소방력의 5∼20%를 타 시·도에 보낼 수 있도록 소방비상대응시스템을 구체화했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일이 닥치고 나서 상황판단을 한 뒤 동원가능한 소방력을 파악하고, 출동 지령을 내리면 대응지체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신속하고 체계적인 재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1990년 소방간부후보생 6기로 공직에 입문해 지난 30년간 소방안전 외길을 달려왔다. 2018년 12월 2대 소방청장으로 부임한 이후엔 유독 굵직한 사건·사고가 많았다. 지난해만 해도 강원 산불과 경기 김포 요양병원 화재, 울산 선박화재, 독도 헬기 추락 사고 등이 이어졌다. 독도 헬기 추락 사고 이후 “동료 대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남은 우리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로부터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원년인 올해 목표와 과제를 들어봤다.

정문호 소방청장이 17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와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대구 중앙119구조본부에 집결한 구급차량 행렬이 인상적이다.(※이 질문과 답변은 지난 22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한 것임)

 

“소방비상대응시스템은 재난·사고 규모에 따라 대응 1∼3단계로 운용된다. 1단계는 사고 관할 소방서를, 2단계는 해당 소방본부(시·도)를, 3단계는 지난해 강원 산불처럼 전국의 소방력을 동원해야 수습 가능할 때 발령된다. 이 중 대응3단계 시 전국 소방력의 출동 규모를 구조화한 게 동원령이다. 동원령 1호는 각 시·도 당번 소방력의 5%, 2호는 10%, 3호는 20%가 출동한다. 기존에는 대응3단계 발령 이후 시·도별로 출동시켜야 할 장비와 대원을 다시 지령해야 했지만 이제부터는 미리 준비된 전국 소방력이 자동 출동한다. 대응시간이 크게 단축돼 효과적인 수습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위한 음압구급차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음압구급차는 서울에 2대, 경기남부에 3대, 광주에 1대가 배치돼 있다. 음압구급차는 감염질환 환자 이송은 물론 비감염질환 환자 이송 시 발생할 수 있는 감염 문제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음압구급차가 출동할 사례가 많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도별로 2대씩을 보유하는 게 적절하다. 전국에 음압구급차 약 40대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한마디로 모든 국민에 대한 소방서비스 수준이 한 단계 더 올라간다. 시·도별로 차이가 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 수준은 앞으로 균등해진다. 지방자치단체 재정 형편에 따라 법적 기준을 채우지 못한 소방인력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충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구급차가 배치되지 않은 전국 읍·면·동이 95곳 정도인데 농촌 지역도 도시와 차이 없는 균일한 구급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광역단체장만 행사하던 일선 소방조직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코로나19 사태처럼) 소방청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행사할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 변화이다.”

―소방헬기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먼저 독도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다섯 분의 동료대원과 두 분의 민간인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한 모든 기관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독도 헬기 사고와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계기로 중앙과 시·도로 이원화된 헬기 지휘체계를 국가 지휘·통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보호와 대원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소방헬기 통합 운항관제실 구축과 소방헬기 정비대 신설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락 사고를 계기로 헬기 안전장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소방헬기 안전장비는 중앙 및 시·도에서 개별 운영하고 있어 자체 규격이나 재정 여건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향후 도입되는 소방헬기에 대해서는 공중충돌경고장치(TCAS)와 항공기부양장치(FLOAT), 비상위치무선발신기(ELT), 지상장애물경고장치(GPWS), 디지털전자지도 등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추진 중인 소방 빅데이터센터에 대해 설명해달라.

 

“소방청은 현장대응과 화재예방을 위해 22개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가치 있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인력과 조직이 없어 대부분 데이터는 활용 없이 사장되는 실정이다. 예컨대 119에 접수된 1500만건의 음성신고 패턴을 분석하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현장대응이 가능하다. 또 코로나19 등 감염병 관련 구급 출동정보와 질병관리본부·출입국관리사무소의 관련 정보를 분석해 관계기관에 제공하면 2차 피해 등 감염병 차단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 공약 중 하나가 소방공무원 2만명 증원이다. 지금 5만7000명으로는 부족한가.

 

“전국 재난현장 지원을 위한 정책기능이 크게 부족하다. 소방청 본청 근무자는 현재 208명이다. 전체 소방공무원(5만6711명)의 0.36% 수준이다. 총정원이 12만7295명인 경찰청의 본청 근무자는 1834명이다. 총정원이 우리의 5분의 1 수준(1만988명)인 해경의 본청 인력은 453명(4.12%)이다. 46대의 헬기를 보유한 산림청은 본청 내 관리 인력이 88명이지만 30대 헬기를 운용하는 우리는 5명뿐이다. 우리 고유업무인 화재대응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본청 근무자 3명이 화재 대응전략과 매뉴얼, 시기별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 목표 중 하나가 화재 사건·사고 전문 조사기관이다.

 

“경찰은 주로 사건과 관련한 화재만 감식을 벌이고 소방은 거의 모든 화재를 조사한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4만3000건 정도의 화재가 발생하는데 이 중 1500여건(3.5%)이 방화에 의한 화재다. 점차 화재 사건·사고에 대한 소방의 더 큰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례로 2018년 국토교통부가 한 자동차 회사가 생산한 승용차 21만여대를 리콜한 적이 있는데 차량화재 원인이 에어컨에서 발생한 수분 때문이라는 서울소방재난본부의 조사 결과 덕에 가능했다. 일반 화재는 관할 소방기관이, 방화 혹은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중실화, 피해가 큰 화재는 소방연구원에서 보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소방공무원 공상자와 순직자가 늘고 있다. 관련 대책은.

 

“2023년 충북 음성에 들어서는 소방복합치유센터는 소방공무원의 화상·중독·근골격계 부상에 대한 외상치료를 전문화하고 정신건강센터 기능을 강화한 전문치유센터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곳은 소방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이나 전문치료가 필요한 모든 분을 대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방공무원이 1년에 한 번이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소방수련원을 건립하고 2001년 이후 동결 상태인 화재진화수당(8만원)을 18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소방청장으로서 지난해 평가와 올해 목표를 말해달라.

 

“1990년 소방간부 6기로 공직에 들어온 이후 지난 30년은 늘 비상출동에 대비해 전화기를 머리맡에 두고 자고 목욕탕에서도 비닐봉지에 휴대전화를 싸가지고 들어간 세월이었다. 많은 분의 도움과 응원으로 제 임기 동안 소방의 국가직화가 이뤄져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국가직으로의 전환이 5만7000여명에 이르는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보다는 국민에게 보다 촘촘한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방의 최고 목표는 언제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소방청이 지금까지는 기틀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올해부터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대담=이강은 사회2부장, 정리=송민섭 기자

 

정문호 소방청장은 ●충남 논산 출생(1962) ●충남대 화학과 학사 ●호서대 일반대학원 안전공학과 석사 ●충남 아산·공주 소방서장(소방정) ●대전·충남 소방본부장(소방준감) ●인천 소방본부장(소방감) ●서울 소방재난본부장(소방정감) ●소방청장(소방총감, 2018년 12월∼)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여신 미모'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
  • 아일릿 민주 '매력적인 눈빛'
  • 다솜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