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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진료' 한시적 허용에도 현장 혼란은 계속… 왜?

입력 : 2020-02-25 06:00:00 수정 : 2020-02-25 07: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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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부분 병원 “불가능하다” 밝혀 / ‘가능’ 밝힌 곳도 “코로나 환자는 안돼” / 거부 사유·대안 등 별다른 설명도 없어 / 정부, 진료여부 각 병원 판단에 맡겨 / 병원 명단도 없어… 환자 직접 확인해야 / 복지부 “이른 시일 내 실태 파악해 공지” / 의협 “정부 일방적 시행”… 실효성 의문
정부가 코로나19의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24일부터 ‘전화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환자들은 이를 알지 못하거나 병원은 거부하는 등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병원에서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희는 전화 진료 안 받습니다.”

“저희 병원은 (전화 진료와) 상관없습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24일부터 병원의 ‘전화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병원이 전화 진료를 거부했고, 환자들은 이러한 전화 진료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경보 심각 단계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 종로구 소재 가정의학과 5곳에 무작위로 연락해 ‘전화 진료 가능한지 여부’를 묻자, 전화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한 병원은 한 곳뿐이었다. 이 병원마저도 기존 내원기록이 있으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닌 경우에 한해 전화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전화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병원들은 거부 사유나 대안 등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단지 “전화 진료를 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는 식으로 응대할 뿐이었다.

정부는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전화 진료에 대한 허용 방안을 공개했다. 모든 의료기관이 24일부터 전화로 진료 및 처방을 내릴 수 있으며, 진료비는 대면 진료와 같다는 내용이다. 진료비는 계좌이체 등의 방식으로 송금하고, 처방전은 팩스나 이메일로 약국에 전송해 처방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시행 첫날에는 환자들이 전화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부는 전화 진료 여부를 각 병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전화 진료가 가능한 병원 명단도 따로 없다. 현재로서는 환자들이 각 병원에 연락해 전화 진료가 가능한지 묻는 수밖에 없다.

24일 오후 울산시 남구 무거동 신천지 울산교회 인근 한 약국에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보건복지부는 이른 시일 내로 전화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파악해 공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화 진료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진을 보호하고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예방책”이라며 “다소 긴급하게 전화 진료를 허용한 측면이 있어 시행을 먼저 한 뒤 병원들을 파악해 복지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전화 진료 자체를 병원과 의료진의 판단에 맡기고 있고, 의료계에서는 전화 진료에 냉담한 반응이어서 한시적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높다. 대한의사협회는 전화 진료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의료계와 사전 논의 없이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전화상담과 처방 허용에 대해 협회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 소재 병원의 한 의사는 “현재 병원 내 전화 진료를 위한 기반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전화 진료가 병원 방문을 줄여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확률을 낮추는 효과는 있겠으나, 의료적 측면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기존에 내원기록이 있고 검사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전화로 약을 처방해 주는 등의 진료는 가능하다”면서도 “그 밖의 경우에는 신체를 진찰하거나 상태를 확인하는 부분이 필요해 전화 진료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일선 약사들은 약을 처방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경기 안산 소재 약국 관계자는 “현재로서 전화 진료와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며 “병원과 협의해 처방전을 팩스나 이메일 등으로 전달받아도 약을 택배로 보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전화 진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환자들도 전화 진료를 생소하게 여겼다. 이날 한 가정의학과에서 만난 A씨는 “편도선이 부어 병원을 찾았는데, 전화 진료가 가능한 줄 알았으면 직접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전화 진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공모(30)씨도 “의사의 진찰이 없는데 전화상으로 진료가 가능하겠냐”며 “진료비 수납이나 처방전은 어떻게 받느냐”고 물었다.

한창훈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원격의료와 관련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허용한다고 하니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며 “정부가 계획을 세워 시행하더라도 현장에서 적용되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구성·곽은산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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