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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식 그대로… 전통 한지는 오늘도 계속된다 [포토뉴스]

입력 : 2020-02-22 15:00:00 수정 : 2020-02-22 1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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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수작업으로 한지 만드는 장인의 ‘고집스러운 손길’
“물질이 제일 중요해.” “한지를 발틀에 적당히 넣고 물질할 때 지통 안에 있는 아래 물이 들어가지 않게 균형을 잡고 세심하게 해야 해.”
이상옥 장인이 제일 중요한 공정인 물질을 하는 모습을 전수자인 아들 이권희씨가 지켜보고 있다. 한지를 담은 나무 지통 작업대에서 우물 정(井)자를 그리며 물질을 한다.

이상옥(74) 전통 한지 장인이 거칠어진 손으로 낡은 발틀을 부여잡고 우물 정(井)자를 쉴 새 없이 그리며 물질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전수자인 아들 이권희(41)씨에게 물질의 중요성과 기술에 대해 연신 이야기를 한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 전통 한지 작업실 굴뚝에서 연기가 이른 아침부터 쉼 없이 피어오르고 있다. 3대째 전통방식으로 ‘한지(닥종이)’ 제작의 가업을 잇고 있는 이상옥 장인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14살에 아버지인 고 이석우 장인에게 한지 만들기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올해로 정확히 60년 동안 이곳 지리산 작업장을 떠나지 않고 고집스럽게 전통방식을 유지하며 우수한 품질의 우리 한지를 지키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부자가 닥나무에서 벗긴 껍질을 잿물이 담긴 가마솥에 삶고 있다. 삶아진 피닥은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 백닥을 만든다.

산비탈 7000평 밭에 닥나무를 직접 재배하며 더 좋은 품질의 닥나무 재배법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리산의 토양은 양분이 풍부해 섬유질이 우수한 닥나무 생산에 유리하다. 재배가 고생은 되지만 재료의 소중함을 알기에 이상옥 장인은 오늘도 노구의 몸을 이끌고 비탈진 산에 올라 정성을 기울인다.

산비탈 7000여평의 닥나무밭에서 이상옥 장인이 나무를 채취하고 있다.

전통방식으로 한지를 만드는 제작 과정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품질 좋은 닥나무를 키워 채취하고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삶고 찌고 흐르는 물에 헹구고 말려 닥 섬유를 만든다. 한지를 뜨고 고르고 건조해 방망이로 두드려 완성하기까지 10단계가 넘는 작업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한다. 사람의 손이 직접 닿지 않는 공정이 하나도 없다.

닥풀 재료로 쓰이는 식물인 황촉규 뿌리를 발로 밟아서 진을 내어 닥풀을 만들고 있다.

“내가 만든 한지가 우리 문화재 복원에도 쓰이고 한지 공예에도 많이 쓰이고 하니까 좋지. 지금은 나이 먹어 힘들었는데 아들이 대를 이어서 배운다고 열심히 하니 자랑스럽고 기특해. 나처럼 고생할 생각 하니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한 시간 이상 장작불을 지펴 뜨거워진 철판에 한지를 한 장씩 붙여 건조하고 있다.

서울에서 생활하다 7년 전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한지 일을 전수받고 있는 아들 이권희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한지는 천 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우리의 전통 종이다. 특히 지리산 일대 함양군 마천면의 여러 마을은 사찰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하촌(寺下村)으로 주로 사찰의 종이 부역을 위해 세워진 마을이었다.

까다로운 수작업의 공정을 마쳐 완성이 된 한지를 이상옥 장인과 전수자인 아들 이권희씨가 들어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이 동네에 한지 작업하는 집이 많았어요. 일이 힘들고 수입이 줄어드니 모두 떠나고 이제 아버님 혼자 외롭게 하시는데 제가 전통을 이어가야죠. 우리 것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하루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지리산에 찬바람이 불어닥친다. 작업장 아궁이에 오늘 마지막 장작을 채우며 연기와 사투를 벌이는 4대 전통 한지 전수자의 넓은 등이 듬직해 보인다.

 

함양=글·사진 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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