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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라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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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8 09:51:39 수정 : 2020-02-18 10: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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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원작과 어떻게 다른가

‘이태원클라쓰’ 인기가 심상치 않다. 드라마는 매회 자체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고 원작 웹툰은 D사 웹툰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양쪽 다 승승장구 중이다. ‘이태원클라쓰’는 웹툰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 점에서 기존 웹툰 원작 드라마들과 구별된다. ‘복수’라는 원작의 큰 줄기는 따라가면서도 군데군데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서사를 덧붙여 스토리에 작지않은 변화를 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칫 뻔할 수 있는 전개를 비틀어 몰입도를 높이면서 시청자와 웹툰 팬 모두를 사로잡은 것이다.

 

◆원작색은 벗고 개연성은 더하고

 

지난 14일 방영된 5회를 보면 ‘원작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웹툰 팬들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점이 확연해진다.

 

우선 ‘리메이크’된 오수아(권나라)의 달라진 중량감이 눈에띈다. 수아 관련 스토리를 완전히 뒤집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박새로이(박서준)의 ‘달밤’ 영업정지를 초래한 경찰 신고가 실은 조이서(김다미)에 앙심을 품은 동창들이 한 것으로 각색한 점이 대표적이다. “내가 신고했다”던 수아의 말은 새로이를 밀어내기 위한 거짓말이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새로이는 수아에게 더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서는 “접바둑을 두는 기분”이라고 푸념한다.

 

모두 원작엔 없는 내용으로, 다소 어중간한 악역으로 그려지던 ‘수아’란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상 조연에 불과했던 수아를 초반부터 극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부상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이-수아’ 러브라인의 명분도 얻었다. 또 장회장(유재명)과 새로이 사이에서 고뇌하는 수아의 인간적인 모습이 꾸준히 그려지면서 ‘장회장-새로이’라는 뚜렷하나 단조로웠던 원작의 핵심 갈등구도가 ‘장회장-수아-새로이’로 한층 심화했다. 이에 따라 수아가 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도 비중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원작의 개연성을 보완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15일 6화 방영분을 보면 별다른 설명이 없던 원작과 달리, 이서와 엄마(김여진)가 대학 진학과 새로이와의 관계 등을 이유로 다투고 이서가 집을 나오는 장면이 그려졌다. 또 원작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수년간 장회장 일가를 보좌한 수아가 장회장 둘째 아들인 근수(김동희)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도 드라마에선 수아가 장회장과 함께 근수의 사진을 보는 장면을 넣어 설명을 시도했다.

 

웹툰 후반부에 나오는 요리 경연 TV프로그램을 초반부로 확 당겨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미 대기업 이사가 된 트랜스젠더 마현이(이주영)가 굳이 TV에 나왔다가 곤욕을 치른다는 원작의 전개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경연 프로그램과 현이 관련 스토리를 달밤의 프랜차이즈화 성공 서사에 녹여 자연스럽게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원작에 없었던 외국인 알바생 김토니(크리스 라이언)가 어떤 활약을 펼칠 지도 주목된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러브라인’

 

드라마가 ‘러브라인’을 뒤섞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사실 원작에선 ‘아버지의 복수’란 목표만 정신없이 따라가느라 러브라인은 그리 비중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눈치없는 새로이와 일편단심 이서의 뒤늦은 결실이 사실상의 전부다. 간간이 어설픈 수준의 삼각관계가 나오긴 했으나 전개가 뻔해 긴장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드라마는 ‘새로이-이서’의 러브라인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이-수아’를 원작보다 더 부각하고 ‘장근원(안보현)-수아’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 근원이 수아를 좋아한다거나 근원이 수아로 인해 새로이에게 질투심을 느낀다는 설정은 원작엔 없는 것들이다. 원작에서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밖에 보이지 않던 근원에 이처럼 인간적인 모습, 즉 사랑이나 질투 같은 감정을 불어넣으면서 ‘새로이-근원’ 대립 구도가 더 선명해졌다. 여기에 웹툰 후반부에서야 두드러지는 이서에 대한 근수의 마음을 한 템포 빠르게 가져와 얼키고설킨 다각 관계를 형성, 극중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원작을 잘 아는 웹툰 팬들도 드라마에 몰입할 공간이 만들어진 셈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드라마가 보여준 이런 시도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외려 스토리가 윤색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앞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원작 훼손’ 논란과 맞닥뜨려 위기를 맞은 것과 대조적이다. 원작의 높은 인기는 거의 대부분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하지만 ‘이태원클라쓰’는 웹툰을 그린 광진 작가가 시나리오 집필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런 논란에서 한결 자유로울 수 있다. 드라마의 결말마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원작을 인상 깊게 본 웹툰 팬들이 앞으로의 전개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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