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문의 사망으로 국내 팬들을 놀래킨 힙합듀오 듀스의 멤버 김성재의 전 여자 친구가 법정에서 대리인을 통해 김성재의 사망원인으로 지목된 동물 마취제를 두고 마약 성분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12일 김성재의 전 여자 친구 A씨가 약물 분석 전문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A씨는 먀약인 동물 마취제를 두고 B씨가 독극물인 것처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언급해 자신을 살해 용의자처럼 비치게 한 게 부당하단 취지로 지난해 10월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1995년 김성재의 사망사건을 조사하면서 고인의 체액을 대상으로 약물 검사를 시행한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약물 분석가다.

◆A씨 “마약으로 사망한 것” VS B씨 “독극물로 사용했는지 먼저 가려야”
A씨는 그간 “김성재의 사망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내가 무죄라는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B씨가 방송과 강연 등에서 내가 김씨를 살해한 것처럼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A씨 측 변호인도 이날 “(사망) 당시에도 해당 동물 마취제가 마약으로 사용된다는 증거가 있고, 대용 가능성이 판결문에도 적시됐다”며 “B씨가 일반 대중 앞에서 해당 약물이 사람에게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악플러’들이 막연하게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B씨가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 측 대리인은 해당 약물이 김성재의 사망 당시 마약류로 사용되고 있었는지 입증해달라”며 “해당 약물이 독극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인지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A씨가 (사망사고) 당시 조사에서도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의도로 이 약물을 구입했다’고 진술을 했다”며 ”그렇다면 이 약물에 독성이 들어있고 치사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만 봐도 현재 A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A씨 측이 여러 정신적 고통을 받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B씨는 학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고, A씨를 특정해 지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학술 의견을 밝힌 B씨가 아닌 악성 댓글을 달았던 다른 사람에 의한 피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삿바늘 28개’가 촉발한 27년간 풀리지 않는 의문사
한편 1972년생인 김성재는 93년 듀스로 데뷔해 가수 활동을 시작한 뒤 솔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솔로앨범을 들고 복귀한지 하루 만인 1995년 11월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호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부검 결과 몸에서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확인됐다.
사인이 동물 마취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그의 사망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고, 당시 김성재의 연인이었던 A씨는 사건 당일 새벽까지 함께한 사실이 알려져 용의자로 지목됐다. 이어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해 2·3심에서 연이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김성재 사망사고 편을 방송하려고 지난해 8월과 12월 시도했으나 법원이 A씨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불발됐다.
A씨는 방송으로 본인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A씨 측은 또 호소문을 발표해 김성재의 죽음은 마약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A씨 측은 “김성재의 몸에서 발견된 28개의 주삿바늘이 3번의 다른 기회에 발생했으며, 이는 마약 중독사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매우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내달 25일 오후 두번째 변론 기일을 진행한다.
글·그림=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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