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유튜버 대세 시대다. 지난달 3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19 방송 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 2명 중 1명이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OTT)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평소 유튜브로 동영상을 시청한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유튜버가 보여주는 세상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대세에 발맞춰 자신만의 독자적인 콘텐츠 시장을 개척해 연소득 수십억원을 올리는 파워 유튜버들이 속속 이름을 알리며 선망 직종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반려견이 새로운 강자로 뜨고 있다. 유튜브에서 뜨는 장르 중 하나인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소형, 중형, 대형, 초대형 등 덩치를 가리지 않고 생닭 등 생고기, 뼈다귀, 상어 연골 등 사람이는 절단·소화할 수 없는 식재료를 튼튼한 이빨로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는다. 이에 힘입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을 주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로 구독자들의 청각을 자극한다.
특히 반려견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 같은 식재료를 던져줘도 다른 소리가 나는 게 ‘반려견 먹방 ASMR’의 특징이다.
지난 11일 기준 유튜브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반려견 먹방을 진행하는 채널은 ‘소녀의 행성’과 ‘우아한 사파리’, ‘조은 커플’, ‘허스키 바이러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아한 사파리(구독자 10만8000명)
겨울엔 생고기 3.5㎏을 한 끼로 먹는다는 ’금강이’(초대형견·미들아시안 오브차카)와 ’부가티’(초대형견·코카시안 오브차카)가 주인공이다. 커다란 뼈다귀와 생닭, 왕미트볼을 좋아하고, 생고기 10㎏에도 도전한다.
견주는 고기를 공수하기 위해 대형 냉장고를 따로 구비할 정도.
러시아가 고향인 오브차카종은 100㎏을 넘나드는데, 실제 금강이와 부가티는 주인보다 큰 덩치로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먹방을 선보인다.

◆소녀의 행성(구독자 83만명)
주인공인 ‘소녀’(대형견·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우주’(중형견·웰시 코기), ‘행성’(초소형견·포메라니안)은 칠면조나 송아지 목뼈, 상어 연골, 생오리, 사슴 정강이 등 이색 식재료로 ASMR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른바 ‘소행성 리얼 사운드’란다.
이들 반려견은 크기별로 뼈를 씹는 소리가 다를 뿐 아니라 먹는 모습도 이색적이라 각각 구독자 팬이 나뉜다는 전언이다.

◆조은 커플(Joeun Couple·구독자 16만1000명)
주인공인 ‘오로라’(중형견·시바견)와 ’별이’(대형견·말라뮤트)는 ‘한우 대 미국산 소고기’, ‘한우 대 닭가슴살’ 등으로 대결 먹방을 하는가 하면, 새우나 랍스터 등 반려견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음식으로 호의호식한다.
까다로운 입맛의 미식견 오로라와 별이가 어떤 식재료에 반응하면서 먹방을 선보일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세계 최초 강아지가 소고기 굽방(굽기 방송)에 도전하기도 했다’는 타이틀의 영상도 올라왔다.

◆허스키 바이러스(Husky Virus·구독자 23만4000명)
대형견인 시베리안 허스키 자매(한나, 베텔, 하니, 웨버)가 혈기왕성 먹방을 펼친다. 이들은 캥거루 꼬리부터 반려견용 케이크, 날달걀, 우유까지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다.
ASMR라고 하기보단 이들 4마리가 먹는 모습 자체에 시선이 가는 채널이다. 털이 복슬복슬한 4마리의 허스키가 ’와구와구’ 먹는 모습에 없는 입맛도 생긴다는 전언이다.
견주는 이들에게 먹일 고기를 직접 공수해 집안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애정을 듬뿍 담아 직접 조리에 나선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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