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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젠男에게서 여성의 공간 지켰다” 숙대 입학 반대 TF ‘환영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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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10 17:12:47 수정 : 2020-02-10 17: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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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정문. 연합뉴스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합격을 알렸으나 학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입학 등록 포기를 한 A씨에 대한 소식이 최근 전해진 가운데, 그의 입학을 반대해온 숙명여대 학내 모임 트렌스젠더 남성입학 반대 TF팀 ‘X’(이하 ‘X’)이 “여성의 공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함께한 학우들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10일 발표했다.

 

‘X’측은 이날 언론에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성별변경 남성의 숙명여대 입학 포기를 환영한다’고 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X’는 숙명여대가 여성의 공간임을 밝히며 숙명인의 목소리가 혐오자라는 낙인 아래 지워진 것을 비판했다”며 “트랜스젠더 남성 입학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단체들을 규탄하며 평등과 인권 미명하에 숙명인에게 ‘이해’를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랜스젠더 남성을 여성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2020년도 숙명여자대학교 신입학 정시모집 전형에 최종합격한 A씨는 지난달 30일 언론을 통해 입학 소식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숙명여대 내에선 찬반 논란이 이어졌으며 조직적인 반대운동도 함께 벌어졌다.

 

학내엔 항의 전화가 빗발쳤으며 대자보가 붙었다. 신입생 사이에선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단체대화방이 열리기도 했다. 반면 입학 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팽팽히 맞섰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A씨는 7일 숙명여대 등록 포기 소식을 전했다.

 

그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과 조사의 대상이다”라고 했다.

 

이어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라며 “혐오를 멈추었을 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다음은 ‘X’ 입장문 전문

 

트랜스젠더 남성 입학 저지에 힘써주신 숙명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월 30일 자신을 여성이라 주장하는 남성의 숙명여자대학교 합격 발표가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2월 7일, 해당 남성은 숙명여자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포기하였습니다. 남성으로 태어났기에 숙명인이 될 수 없었던 당신의 입학 포기 결정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여성을 위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권익을 위하여 설립된 학교의 학생으로서, 여성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순간부터 우리는 혐오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안전했던 우리의 공간에 남성이 침투하여 겪는 생존과 직결된 우리의 공포는 남성의 목소리로 지워졌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를 남성을 위하여 덮어버리는 단체가 평등과 인권 미명하에 숙명인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모습은 우습다 못해 역겨웠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도 아닌 당신들이 발표한 성명서는 어린 자매들을 짓밟은 추한 역사에 불과할 뿐입니다. 당신이 지웠던 목소리의 주인인 우리는 여성인권을 추락시키는데 앞장 선 당신을 잊지 않을 것 입니다.

 

다양성이라는 미명하에 여성이 겪는 공포감을 혐오로 치부하고 입막음했던 수 많은 인권 단체들의 행보는 훗날 어린 자매들을 짓밟은 폭력적인 역사로 기억될 것 입니다. 여성의 범주를 해체하고 남성 권력을 이어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가부장제를 앞장서서 수호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신을 여성이라고 착각하는 남성들은 들으십시오. 당신이 아무리 정신적 여성임을 주장하더라도, 당신은 여성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성기 성형 수술 없이도 여성으로 인정받는 세상을 꿈꾸겠지만, 그런 세상은 당신 앞에 펼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으로 태어나 페미사이드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존재는 지워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숙명인 여러분, 여러분이 숙명을 지키기 위해 하신 노력들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싸워주신 모든 숙명인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온갖 여성 혐오가 난무하는 이 사회 구조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목소리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외부인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자매들과 함께 이 자리에 존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숙명의 가치는 당신으로 인해 빛날 수 있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트랜스젠더 남성 입학 반대 TF팀 ‘X’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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