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 47조 2항의 힘이 여의도 국회를 강타하고 있다. 비례대표의 전략공천이 금지되면서 각 당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선거법 47조 2항은 “정당이 제1항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당헌 또는 당규로 정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하며,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ㆍ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고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돼 이달 14일부터 시행된 이 선거법 규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해선 안된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결정해왔지만, 이번 총선부터는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관위 결정에 대해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라며 “민주당은 선거법의 관련 규정과 선관위의 판단 기준에서 일점일획도 벗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민주적 절차를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에는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심사할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우상호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민주당은 당헌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추천시 최대 20%를 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는 규정만 손질하면 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한국당은 당헌··당규에 비례대표 전략공천에 관한 규정이 없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다소 상황이 다르다. 한국당 소속 인물들이 미래한국당으로 옮긴 후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만일 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출하게 되면 한국당이 의도한 인물들이 뽑힐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정당도 선거법 47조 2항에 따른 여파를 계산 중이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의당은 그동안에도 당의 지도부가 아닌 당원들의 민주적 투표 결과에 (비례대표 후보 결정을) 위임해왔다”며 “21대 총선 비례대표 역시 당원과 시민선거인단의 투표로 선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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