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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동일체 깨라고?… 법조계 “같은 사건도 검사마다 처분 다르면 혼란”

입력 : 2020-02-04 16:53:50 수정 : 2020-02-04 1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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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동일체 원칙을 박차고 나가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을 깨라고 강조하면서 검찰과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검사동일체 원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검사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上命下服)은 다른 개념일 뿐 아니라 검사동일체는 오히려 개별 검사의 소추권 남용을 방지해 국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장관 “검사동일체 원칙을 박차고 나가라”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을 통해 검찰 내부의 검사동일체 원칙에 깨뜨릴 것을 강조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사동일체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아직도 검찰 조직에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다”며 “여러분(신임 검사)은 그것을 박차고 나가서 각자가 정의감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보석 같은 존재가 돼 국민을 위한 검찰로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이날 검사 전입식에서도 검사동일체 원칙을 비판했다. 그는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동일체 원칙은 2004년 폐지됐고 대신 지휘·감독 관계로 변화된 만큼, 상명하복 관계에서 벗어나 이의제기권 행사 등 다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준수해 실체적 진실 발견의 전제인 절차적 정의에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관계자들의 기소를 사실상 반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소를 지시한 일을 염두에 둔 듯 “최근 검찰 사건처리 절차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서 국민께 불안감을 드린 것을 법무부 장관으로서 안타깝게 여긴다. 형사사건에선 절차적 정의가 준수돼야 하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전국 검사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법무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청법에서 ‘검사동일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추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31일 윤 총장이 검사 전출식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을 언급한 데 대한 반박성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당시 “어느 위치에 가나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책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고 본질적인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 “검사동일체 원칙, 소추권 남용 막기 위한 것”

 

반면 일선 검사들과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검사동일체 원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이 나왔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청법 내 검사의 직무승계이전권(7조의2 2항)과 차장검사의 직무대리권(18조 2항, 23조 2항)을 근거로 한다. 이른바 ‘상명하복’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우선 검찰청법 7조의2 2항은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18조 2항과 23조 2항에 따르면 차장검사는 소속 검사장 및 지방검찰청 검사장, 지청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리한다. 해당 조항은 여전히 검찰청법에 규정됐다. 추 장관이 폐지됐다고 하는 것은 ‘검사동일체’라는 용어일 뿐 제도상엔 검사동일체 원칙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일선 검사들과 법조계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법률상 근거가 되는 해당 조항들은 되레 개별 검사들의 소추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사동일체 원칙은 법전상으론 사라졌지만 검찰총장, 검사장 등의 직무이전권, 직무승계권 등 검찰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설명하는 법률 용어로 여전히 유효하다”며 “검찰총장이 개별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이유는 단독관청인 개별 검사의 소추권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란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검사동일체 원칙을 강조한) 검찰총장은 상명하복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검사가 인사이동을 해도 별도 갱신 절차 없이도 후임 검사가 동일한 소송법적 효력이 있는 처분을 할 수 있고,  결국 ‘검사는 하나’란 점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하지 않은 상사의 명령을 거부한 대표적인 검사가 ‘윤석열 총장’”이라며 “오히려 장관이 ‘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법조계 “미국, 프랑스, 독일도 존재…검사마다 결과 다르면 국민 혼란”

 

법조계에서도 검사동일체 원칙은 오히려 수사를 받는 대상자의 인권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즉 동일한 사안을 두고 개별 검사에 따라 기소 여부가 달라진다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동일체 원칙은 프랑스에서 유래해 독일 등 대륙법계 검찰제도를 채택한 모든 나라에 공통된 원칙”이라며 “프랑스와 독일, 미국은 각 검찰청에 검사는 검사장 1명이고 나머지는 전부 ‘검사대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검사동일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사직무의 대체 가능성을 위한 개념이고 전국적으로 통일되고 균형잡힌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라며 “상명하복 원칙은 검사동일체 원칙과는 별개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럭비공처럼 튀는 돈키호테 같은 검사에게 수사를 받는 당사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없고 내사도 충분히 안 되었는데 무조건 압수수색해서 털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검사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가”라며 “이런 문제 있는 검사를 통제하고 필요하면 직무상 배제,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검사동일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동일체 원칙의 존재 의의는 전국 어느 곳의 검사든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결론을 나오도록 유도한다는 데 있다”며 “이것은 법적 안정성의 보장이란 극히 중요한 법원칙으로서,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다투되 대외적인 판단은 한 사람의 검사가 한 것처럼 통일된 결론이 나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똑같은 사안을 두고 서울중앙지검에선 기소하고, 서울동부지검에선 불기소한다거나 같은 검찰청 내에서도 한 검사는 기소하고, 다른 검사는 불기소하는 일 같은 게 발생하면 (수사를 받는) 당사자들은 죽을 맛이 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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