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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인도 잠수함’ 수주전 시작…한국, 최종 승자 될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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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2 06:00:00 수정 : 2020-02-01 02: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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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진수식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인도 해군이 발주하는 70억 달러(약 8조1000억원) 규모의 잠수함 건조사업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 독일 등 잠수함 강국과 정면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외신에 따르면 인도 국방구매위원회(DAC)는 재래식 잠수함 6척 건조를 최종 승인하면서 해외 파트너 업체 5곳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로소보로넥스포트(러시아), 나반티아(스페인), 나발그룹(프랑스), 티센크루프(독일)와 함께 이름을 올려 최종 수주경쟁에 참여한다. 인도 내 파트너는 마즈가온 조선소와 라센 앤 투브로(L&T)가 참여한다. 인도 국영조선소 힌두스탄은 잠수함 건조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인도 잠수함 사업을 수주하면 국내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제조업 부흥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에 따라 자국 조선소와 잠수함을 공동 건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현지 업체와의 협력, 인도산 부품 구매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 해군이 도입한 프랑스산 스콜펜급 잠수함이 인도양을 항해하고 있다. 인도 해군 제공

◆중국 견제·잠수함 전력 보강 노려

 

인도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형 잠수함을 확보하려는 것은 중국의 인도양 진출이 본격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함정 현대화에 착수해 자국 기술로 구축함과 잠수함, 항공모함 등을 건조하며 해군력을 늘려왔다. 2013년에는 핵추진잠수함을 처음으로 인도양에 파견했고, 2017년에는 인도와 인접한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확보하는 등 해양 거점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인도 주변국에 잠수함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2017년 4월 태국에 재래식 잠수함 1척 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파키스탄도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방문했을 때 잠수함 8척 도입을 논의했다.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갖춰 최대 2주까지 잠항이 가능한 위안급 잠수함으로 4척은 파키스탄에서 만들 예정이다. 방글라데시도 중국산 잠수함 2척을 구매했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은 잠수함 운용과정에서 중국군 교관과 기술자의 지원을 받는다. 중국은 이를 통해 잠수함이 인도양과 남중국해 작전과정에서 필요한 해저 지도, 함정 소리, 해수 상태 등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이들 국가의 주요 항구는 중국산 잠수함이 정박할 수 있는 시설과 보급 설비를 갖추게 된다. 이는 중국 잠수함 기항지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도로서는 중국에 포위당하는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반면 인도의 잠수함 전력증강은 지지부진했다. 인도 해군은 재래식 잠수함 15척과 핵추진잠수함 두 척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재래식 잠수함 상당수가 건조된 지 25년이 넘어 교체가 필요한 상태다. 말라카해협과 인도양 전역을 활동무대로 삼고 있는 인도 해군으로서는 전력증강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러시아에서 도입한 킬로급 잠수함은 잦은 사고로 인도 해군을 곤혹스럽게 했다. 2013년 8월 뭄바이항에 정박중이던 신두라크샤크함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8명이 숨졌다. 당시 사고는 1971년 인도와 파키스탄간 전쟁 도중 파키스탄 잠수함에 의해 인도 해군 구축함 한 척이 침몰한 이후 발생한 인도 해군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킬로급 잠수함은 이 사고 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켜 러시아산 무기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티센크루프가 만든 독일 해군 212급 잠수함이 발트해에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요구조건 부합…경쟁 우위 갖춰 

 

인도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로소보로넥스포트는 아무르급, 나발그룹은 개량형 스코르펜급, 나반티아는 S-80급, 티센크루프는 214급, 대우조선해양은 장보고-Ⅲ급을 제안하고 있다.

 

인도 해군의 요구조건에 따르면, 신형 잠수함은 대함미사일과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 12발, 어뢰 18발을 탑재·발사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충족하려면 수직발사대를 갖춘 3000t급 잠수함이 필요하다.

 

인도에 제안되는 잠수함 중에서 이같은 요구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잠수함은 많지 않다. 

 

1960년대부터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한 티센크루프는 우리나라에 잠수함을 만드는 기술을 제공한 ‘스승’이지만, 수직발사대를 장착한 3000t급 잠수함 제작 경험이 거의 없다. 나반티아의 S-80은 2013년 스페인 해군을 위해 건조가 시작됐으나 중량 초과로 인한 설계 변경과 AIP 결함 등으로 완성이 지연됐고, 수직발사대가 장착된 적도 없다. 나발그룹은 과거 인도와 기술이전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스웨덴 사브가 스웨덴 해군용으로 만든 A26 잠수함은 3000t급에 수직발사대 설치가 가능한 함정이지만 인도 잠수함 사업에 불참했다는 점에서 티센크루프와 나반티아의 수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러시아가 인도에 제안하는 아무르급 잠수함 모형. 인도산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로소보로넥스포트가 제안하는 아무르급은 인도 해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인도가 러시아산 무기를 많이 구매했고, 인도군이 사용하는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러시아의 야혼트 미사일을 기반으로 제작돼 아무르급에 쉽게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킬로급 잠수함의 잦은 사고에 따른 신뢰 저하, 핵심기술 수준이 유럽국가보다 경쟁력이 있는지 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반면 2018년 9월 진수된 장보고-Ⅲ급은 3000t 크기에 수직발사대를 장착하고 있다. 진수 이후 시험평가도 큰 문제 없이 진행중이다. 

 

변수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수요의 충족 여부다. 인도는 AIP와 전자전 체계 등 핵심 장비에 대한 기술이전과 부품 공급을 위한 인도 내 공급망 구축, 건조 과정에서 인도산 제품 사용 비중을 65% 이상으로 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려면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기술적 신뢰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도 해군은 2004년 러시아가 1990년대에 운용을 중지했던 항공모함 고르시코프호를 개조해 도입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 러시아가 개조를 맡고 인도는 관련 비용 8억 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숱한 기술적 결함이 발생해 가격은 23억 달러까지 치솟고 일정도 거듭 지연돼 2014년에야 인도 해군에 배치됐다. 항모 건조 및 개조 기술과 운용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러시아 세브마쉬 조선소에서 사업을 추진한 결과였다.

 

호주 해군 콜린스급 잠수함이 하와이 진주만에 입항하고 있다. 콜린스급은 숱한 기술적 결함으로 논란을 빚었다. 미 해군 제공

운용실적이 확보되지 않은 잠수함을 도입했다가 곤욕을 치른 사례로는 호주가 대표적이다. 호주는 1987년 스웨덴 코쿰스(現 사브)의 1200t급 잠수함을 3000t으로 늘린 콜린스급 6척 건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발트해 이외의 바다에서 잠수함을 운용해본 경험이 없던 코쿰스의 설계 실수와 호주 해군의 부실한 사업 추진으로 디젤 연료에 바닷물이 섞이고, 프로펠러 소재를 잘못 선정해 수중 소음이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인도는 방위사업에서 비리와 낙후된 기술 수준 등으로 많은 논란을 빚는 나라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인도의 잠수함 도입만큼 규모가 큰 사업은 흔치 않다. 인도네시아 외에는 수출 실적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인도 외에도 필리핀 등이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수주 직후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022년으로 예정된 인도의 잠수함 사업자 결정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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