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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쪼개진 대한민국…지난해 서울 집회신고 67만건, 2년 전 두 배 ‘껑충’

입력 : 2020-02-01 08:00:00 수정 : 2020-01-31 20: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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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을 구속하라!” vs “조국 수호!”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 앞. 내리는 빗줄기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싼 맞불집회가 진행됐다. 불과 도로 하나 차이였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구속영장 기각하라’ 등 글귀가 담긴 플래카드를 든 채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망신주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외쳤다. 

 

반면 도로 맞은 편에 모인 보수성향 시민들은 ‘조국의 추악한 민낯이 공개된다’란 제목의 기자회견을 한 뒤 집회를 열고 “조 전 장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벌되도록 구속영장을 발부하라”고 소리쳤다. 두 집회는 그날 늦은 오후까지 계속됐다.  

 

최근까지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여의도에선 ‘조국사태’와 ‘검찰개혁’, ‘문재인정부 규탄’ 등을 둘러싸고 상반된 집회가 열렸다. 지난 11일 광화문에선 낮에는 보수성향 단체들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를 외쳤고 그날 오후부턴 같은 장소에서 진보성향 단체들이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소리쳤다. 4∼5시간 차이를 두고 광화문에서 정반대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 집회 참가자 일부는 지방에서 버스를 대절해가며 서울로 상경했다. 누구는 광화문으로 가 “문재인 탄핵”을, 다른 누구는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지속적으로 외쳤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집회 참가자를 위해 조직적으로 버스 대절을 도왔다. 

 

대한민국 거리 곳곳에서 서로 다른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단체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文정부 출범 이후 집회 횟수 2010년 이후 ‘최대’…신고 건수는 2년 만에 두 배 ‘껑충’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집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에서 진행된 집회 건수는 2만여건을 육박하며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신고 건수는 67만여건으로 2017년 이후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주권자인 국민이 ‘광장’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드러내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행위란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선 ‘자칫 대의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사회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표라고 지적한다.

 

31일 기자가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대표를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지난 10년간 서울 지역 집회 신고·개최 현황’에 따르면 2019년 서울에서 개최된 집회 횟수는 1만9936건으로 전년도 1만6170건 대비 23.3%(3766건)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도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 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에서 진행된 집회 건수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빠르게 늘었다. 서울 지역 집회 횟수는 2010년 9561건을 기록한 뒤 △2011년 9911건 △2012년 1만623건 △2013년 1만2109건 △2014년 1만2528건 △2015년 1만1131건 △2016년 1만4996건 △2017년 1만3639건 △2018년 1만6170건 △2019년 1만9936건을 나타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1만3639건) 이후 빠르게 늘었다.

 

특히 이 같은 양상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된 집회 신고 건수에서 두드러졌다. 2010년 서울지방청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31만3830건이었고 △2011년 38만309건 △2012년 34만6698건 △2013년 35만9443건 △2014년 41만8867건 △2015년 41만8577건 △2016년 31만1452건 △2017년 32만6472건 △2018년 43만6808건 △2019년 67만2878건을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32만6472건)과 비교해 지난해(67만2878건)의 경우 신고 건수는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전국에서 진행된 집회 건수는 6만8262건으로 2009년 2만7641건과 비교해 147.0%(4만621건),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4만3017건 대비 58.7%(2만5245건) 늘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회원들이 11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 정부 퇴진 국민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020년부터 국회·법원 앞에서 집회 사실상 허용…올해 더 늘어나나

 

올해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집회는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국무총리 공관의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에 대해 위헌의 일종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31일을 시한으로 해당 장소에서 집회·시위를 일괄적으로 막지 않되 공공안녕과 질서 훼손 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집시법 11조를 개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는 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집시법 11조 중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국무총리 공관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조항은 사라졌다. 법의 공백이 생겨 사실상 전면 허용이 됐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발의된 집회법 11조 개정안은 총 7개다. 그러나 모두 국회에 계류된 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2019년을 넘기며 해당 조항은 사문화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담당 국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밀린 법안들이 많아 집회법을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입법 공백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상임위 전체회의조차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4월 총선 이후 다시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9월 헌법재판소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를 금지한다’는 집회법 10조도 헌법에 불합치된다며 2010년 6월까지 국회가 대안 입법을 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때도 국회에선 대안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법률 공백상태가 돼 야간 옥외집회 제한은 풀렸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촛불 정국을 거치며 대통령도 ‘촛불혁명’을 바탕으로 정권이 탄생했다고 직접 밝히면서 여러 세력이 (집회를) 활용하고 있다”며 “이들에겐 집회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주변의 관심을 끌기 가장 좋은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자유한국당 해체’ 집회를 알리는 포스터. 뉴스1

◆전문가들 “타협보다 거리서 목소리 내야 정부가 수용한다는 인식 커져” 우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집회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민주사회의 자연스런 결과란 평가와 함께 우려도 드러낸다. 특히 이들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집회 건수가 빠르게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설동훈 교수는 “표현과 결성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영역”이라면서 “민주화 이후 일정 부분 거쳐야 할 성장통이자 통과의례”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의민주주의 훼손과 사회 분열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또 과거와 비교해 현 정부 출범 이후 크고 작은 집회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과거에도 보장됐다”며 “최근에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대중이) 집회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야만 정부에서 비중 있게 고려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차에 따른 합의보다 촛불을 들고 대규모 집회를 해야만 된다는 것이 (대중에) 각인돼 법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정치력을 통해) 국민 의사를 수렴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 4.0 대표. 부산=연합뉴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도 “정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흡수해야 하는데 지난해엔 우리 사회에서 정당 정치가 실종돼 정치가 아닌 길거리에서 대결 구도가 과열되게 비춰졌다“며 “정치를 복원해 국민의 여러 갈등 이슈를 국회 내에서 함께 협의하고 타협이나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진당 대표는 “최근 갈등을 야기할 만한 정책들로 인해 집회와 시위가 많이 증가했다”며 “정치권부터 갈등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룰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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