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17년 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치사율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이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30일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는 우한폐렴 치사율이 사스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우한폐렴 현안보고 전체회의에서 “현재 사망자는 1~2주 전에 발병했던 사람들이고,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것을 포함해 계산하면 치사율이 낮은 것 같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무증상 감염은 있는데 전파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바이러스가 확인된 지 한 달도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어떠한 결과를 보일지 아무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한 폐렴의 ‘재생산지수’(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감염자 수를 나타내는 수치) 예비 추정치는 1.4~2.5다. 메르스(0.4~0.9)보다 높고, 사스(4)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30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 따르면 중국당국이 보고한 우한폐렴 확진자 치사율은 4%(557명 중 17명)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메르스의 치사율은 20~40%, 사스는 약 11%로 추정된다.

◆ 피터 피오트 “사스보다 전염성 강하나 치사율 낮아”
그간 우한폐렴은 사스보다 치사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벨기에 출신 바이러스 전문가 피터 피오트는 “우한폐렴이 사스 대비 전염성은 강하나 치사율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한폐렴 전염성이 높은 만큼 감염자 수 증가에 따라 사망자도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한폐렴 감염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한다면 사망률이 1%나 2% 수준으로 가정할 때 사망자 수는 1만명이나 2만명에 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우한폐렴은 사스보다 전염성은 강하지만 심각성은 약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지적대로 우한폐렴은 높은 전염성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28일 발표에 따르면 우한폐렴 치사율은 2.3%로 사스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스는 2002년 11월 발병해 중국에서만 9개월 동안 532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349명이 사망했다. 그런데 우한폐렴은 지난달 31일 발병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사스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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