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인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과 아시아인에 대한 세계인의 이유 없는 공포심(포비아)도 커지고 있다. 유럽 등지에서는 이를 새로운 인종차별의 하나로 규정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해시태그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운동이다.
30일 BBC방송에 따르면 이 운동은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 지역 콜마르에 사는 중국계 여성 캐시 트란이 촉발했다. 트란은 “길을 가는데 어떤 남자 두 명이 ‘조심해 중국인 여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서 “또 한 번은 집에 가는데 스쿠터를 탄 남성이 ‘마스크를 껴라’고 말했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이어 “사람들의 반응이 딱히 놀랍지는 않다”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종차별을 위한 변명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해시태그를 단 한 게시물에서는 “제발 우리가 위험한지, 기침은 하는지 그만 좀 물어봐라”라고 성토했다. 중국계 루 청왕(사진)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중국인이다”라며 “그러나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이 바이러스를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제발 선입견을 갖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했다.

프랑스의 한 지역지는 우한 폐렴 관련 기사를 보도하면서 감염과 관계없는 중국 여성이 마스크를 낀 사진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비난이 커지자 이 신문은 즉각 “최악의 아시아인 선입견이었다”고 사과했다.
파리에 사는 17살 사나 청은 BBC에 자신을 베트남계이며 캄보디아에서 자랐다고 밝히면서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면전에서 모욕을 당한다고 말했다. 청은 “그들은 ‘저기 중국 여성이 있다. 그녀가 우릴 감염시킬 거야.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해’라고 소리쳤다”면서 “그들은 나를 바이러스인 것처럼 역겹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캐나다 중국인 커뮤니티는 지난 2002년 사스 유행 당시 일었던 중국인 포비아가 다시 시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중국인계 캐나다인 커뮤니티의 회장이 지역방송에 출연해 “아시아인들을 탓하고 차별하는 것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2003년 집계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만 사스로 인해 438명이 감염되고 44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봤다. 당시 캐나다의 관광 등 지역 경제는 40∼80% 넘는 손실을 봤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