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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동지’마저 기소했다… 윤석열의 ‘읍참 박형철’

입력 : 2020-01-30 06:00:00 수정 : 2020-01-30 0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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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로 ‘의기투합’ / ‘국정원 댓글’ 수사 괘씸죄로 지방 고검만 전전 / 문재인정부서 ‘화려한 컴백’… 결국 운명 엇갈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수사팀에서 팀장 및 부팀장으로 한솥밥을 먹던 시절의 윤석열 현 검찰총장(오른쪽)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연합뉴스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만 해도 ‘한솥밥’을 먹는 든든한 선후배요, 동지였다. 정권의 보복성 인사에 한 사람은 검찰을 떠나는 쪽을, 한 사람은 그래도 검찰에 남는 길을 각각 택했지만 뜨거운 우정만은 여전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선배는 ‘적폐청사 수사 사령탑’인 서울중앙지검장을, 후배는 대통령과 사정기관을 연결하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맡아 둘 다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결국은 검찰 총수, 그리고 그 검찰에 의해 기소된 피고인으로 운명이 엇갈리고 말았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박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얘기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로 ‘의기투합’

 

2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박 전 비서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해 온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경찰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다.

 

중앙지검의 기소 이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 역시 박 전 비서관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이번에는 유재수(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무마한 직권남용 혐의였다.

 

두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최고 사령탑은 다름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지난 2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현 수사팀 구성원 일부가 오는 2월3일부터 새 임지로 출근해야 하는 점을 감안, 이날 기소를 전격 지시했다.

 

2018년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간 윤석열 총장(왼쪽)이 박형철 당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의 동지’에서 검찰 총수와 피고인으로 운명이 엇갈린 윤 총장, 그리고 박 전 비서관의 인연에 눈길이 쏠린다. 두 사람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만나 ‘한솥밥’을 먹으며 검찰 선후배 그 이상의 관계가 됐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총장은 채동욱 검찰총장에 의해 댓글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전문가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을 맡고 있던 박 전 비서관이 윤석열 수사팀장 바로 밑에서 수사 실무를 총괄할 부팀장에 기용됐다.

 

둘은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국정원 요원들이 2012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당시 여당의 박근혜 후보 관련 온라인 기사엔 지지 댓글을, 야당의 문재인 후보 관련 온라인 기사엔 비판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그야말로 끝까지 독하게 파헤쳤다.

 

◆문재인정부서 ‘화려한 컴백’… 결국 운명 엇갈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부 보고 절차도 생략한 채 국정원 직원을 체포하는 강수를 뒀다. 국정원이 사실상 대선 선거운동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 안간힘을 썼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노했다, “그럼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말이냐”고. 두 사람은 검찰 지휘계통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수사팀 밖으로 쫓겨났다. 2014년 인사에서 윤 총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박 전 비서관은 대전고검 검사로 나란히 ‘좌천’을 당했다. 2년간 ‘유배’ 생활을 했지만 정권의 대접은 가혹하기만 했다. 2016년 인사에서 윤 총장은 다시 대전고검 검사로, 박 전 비서관은 부산고검 검사로 각각 발령이 났다. 이러다 박근혜 정권 내내 수사권 없는 지방 고검 검사만 전전해야 할 것 같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심각한 얼굴로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기소 여부를 놓고 고뇌하는 듯한 표정이다. 연합뉴스

박 전 비서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표를 냈다. 윤 총장은 그래도 버티는 길을 택했다.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둘은 ‘화려한 컴백’을 달성했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각각 임명됐다.

 

이후 윤 총장은 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수직 상승했다. 총장이 된 뒤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 수사에 매진하며 문재인 정권과 척을 졌다. 반면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그를 상사로 모시며 그만 ‘정치 때’가 잔뜩 묻은 문재인 정권 실세들과 엮이고 말았다. 결국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장관과 한데 묶여 재판에 넘겨지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함께 고초를 겪고 문재인정부 들어선 함께 관운을 누린 두 사람이 이제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의 최고 책임자, 그리고 그 수사 와중에 ‘낙마’해 법정에 선 피고인으로 완전히 상반된 입장에 서게 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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