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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인구 쪼그라들어… 3명중 1명 노인 ‘백발의 나라’ [연중기획 - 인구절벽 뛰어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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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2-01 19:00:00 수정 : 2020-08-05 15: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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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격감시대 겪는 일본 / 1989년 출생률 1.57 최저… ‘저출산 쇼크’ / 2010년 1억2805만명→ 올 1억2602만명 / 경제중추 15∼64세 69%서 59%로 ‘뚝’ / 총 인구 80년 뒤엔 현재 한국과 비슷 / 실업률 완전고용상태인 3% 이하 유지 / 일손 부족…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 / 외국인 문호개방·고용연령 상향 등 / 아베정권 초고령사회 위기탈출 모색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 전제조건이 지금과는 크게 바뀌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 역사에서 특이한 시대를 맞고 있다. 변화를 똑똑히 응시하면서 대담한 정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지난 27일 일본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구니시게 도오루(國重徹) 의원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인구 감소에 대한 과감한 대응을 촉구했다. 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한 소자고령화(少子高齡化)로 상징되는 일본의 인구 문제는 국정 최대 현안이다.

 

일본에서 인구 문제는 1990년대 대두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에 평균 몇 명의 아이를 낳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인 합계출생률이 1989년 사상 최저인 1.57을 기록한 소위 1.57쇼크가 촉발했다. 인구유지를 위한 최소 합계출산율이 2.1이라는데 그 이하로 떨어졌으니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경종이 울렸다.

실제 일본은 총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총인구는 2010년 1억2805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줄고 있다. 올해는 1억2602만명(1월1일 기준 추산치)으로 떨어져 20년 전(2000년 1억2692만5000명) 수준이다.

 

인구의 양(규모)에서뿐만 아니라 질(구조)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1997년 65세 이상 인구가 14세 이하 인구를 처음 추월한 뒤 격차가 커졌다. 어린이·청소년보다 어르신이 더 많은 세상이다. 지난 사반세기(1997∼2020년) 연령대별 인구는 14세 이하 1936만6000명(전체의 15.3%)→1517만명(12.0%), 15∼64세 8704만2000명(69%)→7492만명(59.5%), 65세 이상 1975만8000명(15.7%)→3594만명(28.5%)으로 격변했다. 올해 75세 이상은 14.7%(1854만명), 85세 이상은 4.7%(596만명)를 차지한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15∼64세를 생산가능인구라고 부른다. 1992년 전체 인구 중 69.8%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28년 만인 올해 사상 최저(59.4%)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부각된 것이 일손 부족이다. 편의점과 같은 일부 직종에서는 현재 외국인이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도쿄 인근에서 편의점 3곳을 운영하는 한국인 박모 대표는 “각 점당 직원이 13명 정도인데 그중 4명이 외국인 아르바이트 직원이다. 도쿄는 외국인 비율이 훨씬 높다”며 “외국인 직원이 없으면 안 돌아간다”고 말했다.

일손 부족 현상에 따라 실업률은 낮아지고 취업률은 올라갔다. 실업률은 2016년 9월 이후 단 한 달(2017년 5월)을 제외하곤 완전고용 상태라는 3%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업률(지난달 27일 발표)은 2.2%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던 1992년 10월(2.2%) 이래 최저치다. 퍼솔종합연구소와 주오대(中央大)는 2030년 일본의 일손 부족이 644만명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인구 감소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내각관방 마을·사람·일창생본부 사무국은 지난해 6월 “일본의 총인구는 앞으로 100년간 메이지(1868∼1912)시대 후반인 10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변화는 1000년 단위로 보더라도 유례를 볼 수 없는 극히 급격한 인구 감소”라고 지적했다. 사무국에 따르면 80년 후인 2100년 일본의 인구는 현재 한국 인구와 비슷한 4959만명(중간값)이 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은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문호개방과 함께 1억총활약사회, 인생 100년 시대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위기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다는 경기부양책)를 바탕으로 유아교육 무상화, 고등교육 무상화, 대학 통합 등 대학개혁, 일하는 방식 개혁, 계속고용연령 상향조정, 개호(介護·간병)로 인한 이직 제로(0)달성 등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일할 수 있는 노동 풀(Pool)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또 지난 8일 △60세인 현행 정년의 연장 △65세 이상 계속고용제 도입 △원할 경우 70세까지 근로 기회 제공 등 고령자 고용촉진 방안을 담은 정책안을 마련해 내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박상준 와세다大 교수 “고령화=일손부족 아냐… 한국 경제상황이 관건”

 

“한국이 고령화된다고 반드시 일손 부족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 기업 실적과 관련 있습니다.”

‘불황터널’(2016), ‘불황탈출’(2019)의 저자인 경제전문가 박상준(사진)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는 2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구문제와 노동시장의 상관관계에서 한·일 간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인구 구조가 20년 차이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 인구가 줄고 생산가능인구(15∼65세)도 줄면 극심한 일손 부족 상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상황은 다르다”며 “한국은 안타깝게도 대기업의 일자리 비중이 일본보다 훨씬 낮아 일본처럼 노동시장 환경이 급격히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의 노동시장 동향은.

 

“전 연령층에서 취업률이 고루 높아졌다. 특히 30∼50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이긴 하나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이 돌아오고 있다. 또 전반적으로 일손이 부족하니 회사는 과거보다 급여를 적게 받으면 60대를 쓰고 싶어한다. 60대도 조사를 해보면 65세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다.”

 

-한·일 상황을 비교하면.

 

“일본이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겹쳤다는 것은 젊은 사람, 생산가능인구가 과거보다 정말 적다는 의미다. 그래서 여성도 일하고, 노인도 일하자는 1억총활약사회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한국도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전체 인구가 감소하면 일본과 같은 일손 부족 상황이 될지는 의문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의 일손 부족은 경제 상황, 기업 실적의 호전과 관련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고령화된다고 극심한 일손 부족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인가.

 

“그렇다.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젊은 인구가 감소하면 일손 부족이 된다. 그런데 현재의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와 연관 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 자동화를 더욱 도입하고 인구감소에 따라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지면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젊은 인구 감속 속도와 일자리 감소 속도 중 어느 쪽이 빠르냐에 따라 결정된다. 인구감소 속도가 일자리 감소 속도보다 빠르면 일본처럼 일손 부족으로 취업환경이 좋아질 수 있지만 그 반대면 취업환경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일손 문제는 인구 감소와 경제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 단순히 인구가 감소한다고 무조건 일손 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와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도 2013∼2019년 구직환경이 계속 좋아졌는데 이 기간 지속해서 기업 실적이 좋았다. 2019년엔 구직환경이 좋았지만 2018년보다는 못했다. 미·중 마찰 등으로 일본 기업의 실적이 악화한 해다. 인구감소만이 요인이라면 구직환경은 계속 좋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인구 구조뿐 아니라 기업 실적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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