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과거 성폭행 혐의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워싱턴포스트(WP) 펠리시아 손메즈 기자가 직무에서 배제됐다.
WP는 27일(현지시간) 정치부 소속인 손메즈 기자의 트윗이 “동료들의 업무 기반을 무너뜨리는 부족한 판단력을 드러냈다”며 그를 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손메즈 기자는 브라이언트 부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전날 소셜미디어에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의 2016년 기사 ‘코비 브라이언트의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 : DNA 증거, 고소인의 이야기, 그리고 절반의 고백’을 링크했다가 팬들의 맹폭을 받았다. 비극적인 사고 직후 굳이 이런 기사를 올려야 하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손메즈 기자는 이후 살해·성폭행 협박에 시달렸으며, 그의 집 주소도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바람에 집을 떠나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손메즈 기자는 브라이언트의 생애와 경력에서 중요한 정보 조각을 채우기 위해 해당 트윗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2003년 발생한 성폭행 혐의 사건에 관한 언급이 빠진 브라이언트 사망 보도는 눈에 거슬렸다”며 “초기 사망기사들은 그저 지나가는 말로 이 일을 언급할 뿐이었는데, 이 혐의의 심각성은 브라이언트의 유산이자 그의 삶의 일부분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손메즈가 링크한 기사는 브라이언트가 2003년 찾았던 콜로라도 호텔의 19세 여성 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다루고 있다. 당시 브라이언트는 성폭행 및 불법감금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피해 여성이 증언을 거부한 뒤 고소가 취하됐다. 브라이언트는 당초 이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훗날 피해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26일 밤 손메즈 기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WP 트레이시 그랜트 편집국장은 트윗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또 WP 편집국 관리자들이 이 사안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손메즈를 업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유급휴가를 갖도록 했다.
이런 조치는 노조의 반발을 샀다. WP 노조는 편집국장 등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편집국 지도자들의 결정에 대한 놀라움과 실망감을 공유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며 “브라이언트 사망 후 몇 시간이 그의 과거 성폭행 혐의 등에 관한 보도를 공유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게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인물과 다른 많은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다. 그러나 어떤 인물이나 기관이 인기가 있든 없든, 시기적절하든 아니든, 그에 관한 모든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이 뉴스기관으로서 우리의 책무라고 믿는다”고 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WP 사측에 손메즈 기자의 안전 확보와 기자들 협박을 규탄하는 성명 발표를 촉구했다. 또 손메즈에 대한 모든 징계 시도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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