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 개별관광을 언급한 이후 통일부에서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 등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0일 “북한 개별관광이 유엔의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영리 단체’ 또는 ‘제3국의 여행사’를 통해 국내 여행객들에 대한 북한의 초청 의사를 개별적으로 확인해 방북 승인 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 국민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북한 관광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지만 통일부 계획이 현실화하면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아 외국인들처럼 북한을 관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 관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들은 단체관광 형태로 정해진 코스를 들며 북한을 관광하고 있다.
◆ 현재 북한 여행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26일 북한 관련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영파이니어 투어, 고려투어 등에 따르면 북한을 여행하기 위해선 중국 또는 러시아 내 여행사를 방문해 방북 비자를 발급받은 뒤 그 지역의 열차나 항공을 이용해야 한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에 따르면 현재 북한 국제항로는 평양과 중국 북경, 평양과 중국 심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 중국 상해와 평양 등 4개다. 국제열차는 북경과 러시아 모스크바와 연결돼 있다. 현재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 대부분은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2018년 20만명, 지난해 30만명 안팎의 외국인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 여행상품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은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맞춘 투어였다. 열흘 일정에 1495유로(한화 192만원, 가이드·비자 등 추가 요금 제외) 정도로 관련 상품 중 비싼 편이지만 평양에서 열리는 다양한 퍼레이드와 공연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 있는 관광 상품으로 팔리고 있었다. 평양 마라톤, 노동절 등도 북한 여행사들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이들이 소개하는 북한 여행의 필수 코스로는 평양 김일성 광장, 만수대 분수공원, 평양 지하철 체험,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에서 군인과 사진 찍기 등이 있다.
다만 북한 여행은 단체관광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여정에 가이드가 동행해야 한다. 가이드에게 주는 매일 10유로(1만3000원) 수준의 팁도 관광상품에 추가 요금으로 명시돼 있었다. 이 때문에 북한을 다녀온 외국인들은 “완전히 자유롭진 않지만 안전했다”는 후기를 남기고 있다.
북한 여행이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는 북한 여행을 ‘특이한(unusual) 여행’이라고 소개하며 홍보하고 있다. 고려투어 대표 시몬 코커렐(Simon Cockerell)도 인스타그램에 북한 관련 사진을 올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22일 기준 그의 팔로워 수는 1만3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에 따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은 미국에 입국할 때 따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고 안전에 대한 불안 등 여행에 걸림돌이 적지않다.

◆ 관광사업 투자 나선 북한… 관광에 남북관계 물꼬 트일까?
북한은 관광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연일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 개장과 함께 평남 양덕군 양덕온천문화휴양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12월 백두산 삼지연을 직접 방문하며 관광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역시 북한이 공들이고 있는 관광카드다. 다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 이후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 ‘이미 관련 협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별관광을 허용하면 북미관계와 함께 멈춰버린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북한이 남측 금강산 시설을 철거한다고 나선 상황에서 우리는 관광이라는 ‘대북카드’를 꺼내고 나섰다”며 “현재 미국이 북한을 방문한 사람에게 비자면제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여행에 대한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도 개별관광을 허용했을 때 얻는 수익과 사용하는 관리비에 대한 경제성을 따져보고 있을 텐데 아직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고 교수는 여행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개별관광객을 받는다는 것은 즉 (관광객이) 비자를 발급받을 때 신변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며 “우발적 사고가 터질 수는 있겠지만 크게 우려되는 사항은 아닐 것 같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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