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초콜릿은 없어도 괜찮아. 아니. 이젠 없는 게 좋아”
일본의 한 제과 기업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낸 광고다. 초콜릿을 판매는 기업이 판매가 가장 많은 대목을 앞두고 ‘의리 초콜릿을 주지 말자’는 광고는 일본을 넘어 해외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단순 관심을 끌 목적이었더라도 충분히 성공한 셈이지만 광고는 여성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광고가 일본 사회 여성들 모습과 생각을 대변했다는 평가다.
(‘의리 초콜릿’은 밸런타인데이 여성이 직장 동료나 주변 남성들에게 초콜릿 선물하는 것을 뜻한다)
◆“밸런타인데이 의리 초콜릿 주지 말자”는 광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이 같은 광고를 제안한 사람은 광고 제작자 모리히로 하라노라다.
그가 기획한 광고는 지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신문에 게재됐다. ‘의무감으로 남성들에게 초콜릿 선물을 하지 말자’라는 이 광고는 즉시 화제가 됐는데 초콜릿을 둘러싼 남성, 여성들의 불만이 터지면서 작은 변화를 낳았다.
일본에서는 ‘밸런타인데이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모습이지만 일부 일본 여성들은 좋아하는 이성이나 연인 가족을 포함해 회사 동료나 주변 남성에게도 초콜릿을 선물한다.
특히 기업의 경우 신입 여직원이 같은 부서 남성들에게 줄 초콜릿을 챙기는데 이를 ‘의리 초콜릿’이라고 한다. 이 의리 초콜릿 선물은 신입 여직원부터 어느 정도 직급이 있는 여성까지 고민에 빠뜨린다.
◆1개를 건네도 기분 좋을 의리 초콜릿
백화점은 2월 초부터 초콜릿을 준비하기 위해 쇼핑 나온 여성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백화점을 찾는 여성들은 손수 만든 초콜릿을 선물하기 위해 재료를 구매하거나 ‘1개를 건네도 기분 좋을 초콜릿’을 찾는다. 초콜릿을 건넬 대상이 한두 명이 아니고 금전적 부담도 따르기 때문이다.
기업을 예로 들면 여성이 많은 기업이 아닌 이상 남성 직원이 여성 직원보다 많은 게 대부분이고 대기업은 남성 직원이 수십 명이라 부담은 더 크다. 그렇다고 편의점 등에서 파는 초콜릿은 성의 없어 보일 수 있고 센스 없는 여성이라는 낙인도 여성들을 옥죈다.
이에 여성들은 정성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를 타고 수제 초콜릿을 만들거나 ‘명품(유명한 제품 등)’을 구매하는데 기업은 이를 놓치지 않고 초콜릿 1개를 정성스럽게 포장해 시장에 내놓는 한편 백화점은 대목 ‘특설코너’를 만들어 여성들의 지갑을 연다.
앞선 광고를 낸 기업 초콜릿은 국내서도 1만원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 개별포장의 경우 포장비가 더해져 더 비싸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고급 수입 초콜릿의 경우 3개들이 제품이 약 3000엔(약 3만원)에 달하니 여성들이 부담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의무가 된 밸런타인데이..“의리 초콜릿은 없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CNN 등에서 경제 칼럼니스트·해설자 등으로 활동하는 라이언 골드스틴은 “일본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볼거리”라고 비유했다.
미국 시카고 출신인 그는 “미국인들의 밸런타인은 (남성이) 아내나 연인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꽃을 선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상사나 동료, 친구에게 초콜릿을 주는 이벤트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리 초콜릿은 일본에만 존재한다”며 “(여성이 남성에게 건네는 의리 초콜릿은) 일본인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도 ‘독특한 볼거리’라고 말한다. 이는 사회 생활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의견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에서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면 여성 직원들이 사전 협의를 거쳐 남성 직원 전체에게 나눠줄 초콜릿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고 해서 놀랐다”며 “다른 여성 직원들의 동참 요구와 초콜릿을 못 받은 남성의 기분을 헤아린다는 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을 풀어보면 원치 않더라도 분위기 또는 의무감에 초콜릿을 챙긴다는 것이다. 언제 어떤 이유로 이러한 분위기가 생기고 지금까지 이어진 건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밸런타인데이라는 기념일 평소 서먹했던 동료나 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여성들이 준비한 ‘의리’ 초콜릿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제과 기업이 광고한 이유
광고 제작자 모리히로 하라노라는 이러한 일본 사회 분위기를 정확히 읽었고 기업도 공감했다.
그는 허핑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의리 초콜릿은 그만두자‘는 광고는 판매 경쟁에서 화두를 독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일본의 밸런타인데이는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광고에는 ‘우리나라(일본) 여성들은 계속 지켜보며 피부로 느꼈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는 앞서 칼럼니스트가 언급한 것처럼 ‘불합리한 이벤트’라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다. 이는 초콜릿을 준비하는 여성에겐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이 따르고 특히 신입 여직원이나 파견직 여성 직원들에겐 더 큰 고민을 주는 것에서 비롯됐다.
또 기업의 과거 판매 데이터에서 밸런타인데이가 휴일과 겹치면 매출이 크게 하락했는데 그는 “‘출근하지 않으면 초콜릿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는 여성의 본심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광고를 만들기 전 직장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를 취합해 만든 광고는 ‘의리 초콜릿은 그만하자’, ‘무리해서 준비할 필요 없다’ 등의 내용이 됐고 그의 예상처럼 화제가 된 것이다.
그는 “광고는 기업과 제작자가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드러나게 된다”며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남녀평등이 늦게 이뤄지고 있다. 성(性)격차를 나타내는 성별격차지수에서 일본은 144개국 중 114위로 부끄러운 상황이다. (불편한 진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여성의 공감을 얻은 좋은 광고’가 됐다. 광고는 남녀 모두가 품는 의문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광고가 ‘사회를 바꾸는 방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남녀가 대립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 해결되면 나타나는 변화에 재미를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콜릿을 판매하는 기업은 밸런타인데이 주 고객인 여성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광고로 지지를 얻고 인지도를 높였다. 남녀 모두가 의문인 의리 초콜릿에 질문을 던지고 소비자가 답을 찾도록 한 결과로 보인다.
이 광고로 의리 초콜릿이 사회에서 사라진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기분 좋게 선물한다는 생각은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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