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그 흔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나 자극적인 설정은 없다. 판에 박힌 공식을 따르는 대신 참신함으로 무장해 야구광은 물론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사로잡는다.
SBS 금토극 ‘스토브리그’는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며 드라마의 새로운 성공 공식을 만들고 있다. 야구단 프런트란 신선한 소재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그린다. 그 현실은 전쟁터와 같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동시에 전장의 지휘관, 리더의 덕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환점을 돈 이 드라마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연장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드라마 제목인 스토브 리그(Stove League)는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이 기간 동안 각 구단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 협상에 나선다. 2020 KBO리그 개막을 앞둔 지금이 스토브 리그다.
드라마는 4년 연속 꼴찌인 드림즈에 백승수(남궁민) 단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부는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다룬다. 백 단장이 주인공이지만 프런트와 선수단의 다른 인물에도 초점을 맞춰 가며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나간다. 적폐 청산 대상 1호로 방출된 임동규(조한선)부터 임동규에 밀려 떠났다가 돌아온 에이스 강두기(하도권), 선수 선발 비리로 해고되고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훼방을 놓는 고세혁(이준혁) 전 스카우트팀장, 병역 기피 논란을 딛고 재기의 기회를 얻은 길창주(이용우)…. 드라마에는 이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드라마라기 보다는 삶 자체,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백 단장에게서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본다. 그는 치밀한 전략, 합리적 선택과 노련한 협상으로 드림즈 체질 개선에 나선다. 구단주나 사장의 눈치는 보지 않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한다. 우승만이 그의 목표다. 드림즈 구성원들은 “야구 비전문가”라며 그를 무시하다가 이내 하나둘 믿고 따르기 시작한다.
리더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드림즈 해체가 목표인 실질적 구단주 권경민(오정세) 재송그룹 상무는 백 단장을 사실상 해고하기에 이른다.

지난 11일 방송에서는 권 상무의 모함으로 백 단장이 자진 사퇴 위기에 내몰렸다가 극적으로 복귀하면서 이날 시청률은 최고치인 15.5%를 찍었다. 첫 회 시청률(5.5%)의 약 3배에 달한다.
베일에 싸여 있던 백 단장의 과거와 가족사,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며 감동을 더했다. 그는 “뭐든지 적당히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며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
백 단장으로 분한 남궁민은 ‘연기의 신’ 면모를 과시한다. 상대역인 이세영 운영팀장을 맡은 박은빈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좋다.
이 모든 건 탄탄한 대본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야구 팬들이 저마다 특정 팀이 드림즈 모티브라면서 왈가왈부할 정도로 전문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이신화 작가의 데뷔작이란 사실은 놀랍다. 이 작가는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오랜 취재를 거쳐 대본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7회만을 남겨 두고 있다. SBS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17일 10회를 20분씩 3부로 쪼개 방송할 예정이다. 예고편에서 강두기 선수가 백 단장에게 “이번엔 저희가 적폐입니까”라고 묻는 모습은 또 다른 갈등과 위기의 시작을 알린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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