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성장률 까먹는 노동인구 감소… 1인 생산성 향상이 살길 [연중기획 - 인구절벽 뛰어넘자]

, 연중기획-인구절벽 뛰어넘자

입력 : 2020-01-15 06:00:00 수정 : 2020-08-05 15:29: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꺼져 가는 성장동력 / 2020년 중위연령 43.7세 ‘중년 대한민국’ / 15세·65세 인구 격차 갈수록 벌어져 / 2년 전부터 생산인구 감소로 ‘인력난’ / 복지수요는 폭발적 증가 재정난 심화 / 2020년 노동투입 ‘마이너스 효과’ 전망 / 지금 추세로는 향후 성장률 1.7% 불과 / 생산성 끌어올리면 年 2.4%까지 확대 / “연공서열 없애고 노동 유연성 높여야”

15∼64세에 해당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한국보다 먼저 경험한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당장은 노동력 부족보다 실업률 상승이 닥쳤다. 생산연령인구는 곧 핵심 소비연령인구다. 소비가 줄면 생산도 감소하고 경제는 쪼그라든다. 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 부진은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

 

수요 위축의 충격이 완화하면 그때부터는 노동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일본은 고령자를 위한 간호서비스와 소매, 외식산업 등에서 인력난을 겪었다. 무엇보다 젊은 층 인구가 줄면서 첨단제조업 등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에서도 일손이 모자랐다.

 

생산연령인구는 세금을 내는 인구이기도 하다. 납세층은 주는데 고령화로 복지를 포함한 재정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재정적자 심화는 국가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위기 극복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에 생산연령인구 감소의 ‘총성’은 3년 전인 2017년 울렸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탄환’은 회전 속도를 급속도로 높이며 우리 경제를 높은 실업률과 노동력 부족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대형 경제위기 없이도 노동력 감소로 경제성장률은 서서히 하락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도 때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현재 인구 유지를 위한 합계출산율이 2.1명이라고 하는데, 합계출산율이 2명대를 유지한 것이 1983년 2.06명이 마지막이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1970년대 표어가 1980년대에는 ‘인구증가 억제대책’으로 이어졌다. 불임시술을 받은 가정에 생계비를 지원하고 자녀 진료비도 깎아줬다. 한번 꺾인 출산율은 가속도가 붙으면서 올해 0.9명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 산아 정책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셈이다.

 

◆생산연령인구 2017년 정점… 올해 중위연령 43.7세

 

1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3757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10년 생산연령인구로 진입하는 15세는 68만7000명, 생산연령인구에서 이탈하는 65세는 36만5000명이었다. 2015년에는 15세가 61만6000명으로 줄고, 65세가 47만3000명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15세가 50만9000명으로 줄고, 65세가 52만4000명으로 늘었다. 이후 생산연령인구가 감소로 접어들었다. 올해는 15세가 43만8000명, 65세가 68만2000명으로 격차가 25만6000명으로 벌어진다.

 

전체인구 중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속도가 확연하다. 1980년 62.2%이던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1990년 69.3%, 2000년 71.7%, 2010년 73.1%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2016년 73.4%로 정점을 찍었다. 2024년까지는 70%대를 유지하지만 2030년엔 65.4%, 2040년엔 56.3%, 2050년엔 51.5%로 전체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이들이 나머지 50%를 차지하는 유소년과 고령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핵심생산연령인구(25∼49세)로 생산연령인구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인구를 연령 순서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 분포하는 사람의 연령을 의미하는 ‘중위연령’은 2010년 37.9세에서 올해 43.7세, 2030년에는 49.5세, 2040년에는 54.4세로 늘어난다. 중위연령으로 따지면 2010년대까지 30대 청년이던 대한민국이 2020년부터는 중년, 2040년대에는 장년층으로 급속히 늙어가는 상황이다.

 

◆노동 성장기여도 올해부터 성장률에 ‘마이너스’ 효과

 

2017년 LG경제연구원이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우리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시대의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자료에 따르면 노동투입에 따른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올해부터 ‘마이너스’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만 해도 0.6%포인트로 나타났던 노동투입에 따른 성장기여도는 2015∼2019년 0.0%포인트로 쪼그라들고, 2020∼2024년에는 -0.4%포인트를 기록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도 -0.5%포인트로 나타났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책이 시급하다. 과거 10명이 1개를 생산하던 것을 5명이 생산할 수 있다면 노동투입에 따른 성장률 감소분을 메울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은 독일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감소에도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나라로 꼽았다. 독일은 경기 침체 속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유지했고, 직업교육제도가 제조업 등에서 노동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도와 생산성 향상을 이끈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펴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 자료에서 우리나라가 현 수준의 생산성 추세를 유지할 경우 2020∼2029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추산했다. 취업자 수의 성장기여도는 2020년대에 연평균 0.2%포인트 정도로 축소되고, 인구 대비 취업자 비중도 크게 확대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다만 혁신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면 202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4%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생산성 높이고 정년연장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도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는 추세인 만큼 1인당 노동생산성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정년연장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연령인구가 준다는 건 피부양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 경우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된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조세 수입이 줄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가용자원이 줄면서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인당 생산성을 유지하고 높이는 방안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중요하다”며 “근로 방식의 개혁, 인재혁명 등 기존의 고성장 시대에 기능했던 인사조직관리 방향을 바꾸는 형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직적이던 정규직 위주의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경력단절녀, 고령자 등을 고용하는 방식을 통해 비경제활동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포섭하려는 노력 등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연공서열제도 폐지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연공서열이 없어져야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고 노동자도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용인구가 좀 더 넓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과 노인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시선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파트타임을 노동시장으로 많이 끌어올 수 있도록 제도적 측면에서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60세 이상 재고용·외국인력 유치로 ‘생산인구’ 증대

 

고령자 계속고용과 재취업 활성화, 외국인력 효율적 활용, 외국인 정책 개편. 지난해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가 발표한 생산연령인구 확충 방안의 골자다.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고령자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해 생산연령인구 감소 속도를 완화하고, 외국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60세 이상 고령자고용지원금을 상향하기로 했다. 60세 이상 근로자를 업종별 지원기준율 이상 고용한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27만원씩 지급하던 것을 30만원으로 늘린다.

 

자발적으로 정년 이후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한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월정액 방식으로 지원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신설하고 올해 예산 246억원을 반영했다.

 

40대에서 60대 초반에 해당하는 신중년 적합 직무 고용장려금의 지원대상을 늘리고, 지원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5000명이던 지원대상을 올해 6000명으로 늘리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2년 초과 고용 시 지급하던 것을 1년 이상 고용으로 완화했다.

 

사업장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기업이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의 고용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도 대책에 포함됐지만 2022년부터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실제 정년연장 효과로 이어지는 제도이지만 3년 뒤로 논의를 미루면서 실제 제도가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외국인력 효율적 활용과 외국인 정책 개편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비전문인력 공급에 초점이 맞춰진 고용허가제를 숙련기능 외국인력 확대를 포함해 지속적·안정적 활용 요구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외국인력을 세부업종·직종별로 세분화하고 분야별 수요에 따라 외국인력 배정 및 고용 한도를 조정한다. 현재 제조·건설업 등 5개 업종 내에서 개별 기업별 외국인력 선발·배정 방식을 인력부족 세부업종·직종이 포함된 기업에 먼저 인력을 배정하고 고용 한도도 올린다.

 

국내 취업 활동 후 재입국을 위해 필요한 제한 기간을 현행 3개월보다 단축하기로 했다.

 

해외 고학력·고기술의 인재 유치를 위한 ‘우수인재 비자’를 신설하고, 인구 감소 지역 거주 우수 외국인에게는 장기비자 혜택을 부여하는 ‘지방 거주 인센티브제’ 신설 검토 방안 등도 포함됐다.

 

다만 여성이나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OECD 회원국 가운데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 1위라는 불명예도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제2기 범부처 인구정책TF 출범을 앞두고 열린 ‘인구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허재준 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 일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김영란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등등한 여성의 지위를 보장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이희진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