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들을 공군에 보낸 A씨는 같은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아들이 입대 전 머리를 짧고 단정하게 잘랐는데도 공군기본군사훈련단 입소 후 또 다시 강제로 삭발을 당한 데 분노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13일 공군 훈련병들에 대한 삭발 강요가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놨다.
인권위는 이날 이같이 밝히며 공군 측에 개선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육군훈련소나 해군교육사령부에 입대한 훈련병은 3∼5㎝ 길이의 ‘스포츠형 두발’을 유지하는 반면, 공군 훈련병은 입영 1주차와 교육 훈련 종료 전 머리카락이 전혀 없는 삭발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공군 훈련병들 역시 이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고 인권위는 부연했다. 지난해 10월 공군 훈련병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7%가 입소 직후 삭발을 해야하는 데 대한 불만족 의견을 드러냈다. 인권위는 불만족 이유로 ‘스포츠형 두발로도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음’, ‘방탄헬멧 오염으로 인한 두피손상·피부염·탈모 유발’, ‘비인권적이며 과도한 처분임’ 등이 언급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피진정인인 공군교육사령관은 “훈련병은 민간인에서 군인으로의 신분전환이 이뤄지는 신분으로, ‘군인화’라는 군 교육기관의 목적과 군사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일정한 길이의 두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교육사령관은 또 삭발을 통해 군사훈련 중 교육생들의 부상 여부를 신속히 식별하고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며, 스포츠형 두발에 비해 이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단체생활에서의 품위 유지 및 위생관리라는 목적의 정당성은 일부 인정된다”면서도 “완화된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삭발 형태를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과잉제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군보다 규모가 큰 육·해군 훈련소의 사례를 들며 피진정인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인권위는 “(삭발이) 지위상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훈련생들에게 강요되는 것으로서 ‘군인정신을 함양한다’는 의도가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고도 판단했다.
공군은 이날 인권위의 개선 권고에 따라 훈련병 두발 형태를 스포츠형 머리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처음으로 오늘 기본군사훈련단에 입과한 훈련병부터 시행한다”며 “훈련병들의 행복추구권 보장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